국제 원자재 시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요동치고 있다. 중국에서 많이 생산되는 텅스텐과 희토류 가격은 급등하는 반면 중국이 대량 수입하던 원유와 철광석 가격은 급락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중국 내 원자재 수급 체계가 무너진 탓이다.

'큰손' 중국 드러눕자…세계 원자재시장 요동
19일 한국광물자원공사에 따르면 이날 텅스텐 국제 가격은 ㎏당 32달러로 전주 대비 4.9% 상승했다. 작년 6월 14일(32.25달러) 후 8개월 만의 최고치다. 배터리와 전선 등에 쓰이는 안티모니와 마그네슘 가격도 같은 기간 각각 6.2%, 2.3% 올라 지난해 10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들 광물은 모두 중국 생산 비중이 70% 이상이다. 중국이 60% 이상 공급하는 희토류인 디스프로슘과 네오디뮴 가격도 올 들어 각각 2.5% 이상 상승했다. 대표적 안전자산인 금값은 이날 온스당 1603.6달러를 기록하며 2013년 이후 7년 만에 1600달러 선을 넘었다.

중국 내 소비량이 많은 광물 가격은 하락세다. 아연 가격은 지난 18일 t당 2153달러로, 한 달 새 12.5% 급락했다. 이 기간 구리와 알루미늄 가격도 각각 7.1% 떨어졌다. 중국 소비량이 많은 원유(두바이유 기준)와 철광석 가격도 각각 16.1%, 8.9% 하락했다.

원자재 분석 업체인 코리아PDS의 손양림 연구원은 “국제 원자재 시장은 당분간 더 출렁일 것”이라며 “이번 사태가 장기화하면 ‘코로나발 원자재 대란’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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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원자재 시장이 출렁이고 있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주요 원자재 가격은 미·중 무역협상 타결 기대로 일제히 올랐다. 하지만 지난달 말부터 분위기가 바뀌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원유를 중심으로 원자재 가격이 급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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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각 원자재의 수요와 공급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에 따라 어떤 광물 가격은 급등하고 어떤 광물값은 급락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코로나19로 인해 국제 원자재 시장 전망이 더 복잡해졌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철강·자동차·전자산업 모두 영향권

중국 내 생산량이 많아 코로나19 확산 후 가격이 뛰고 있는 광물은 마그네슘과 텅스텐, 망간 등이다. 세계 생산량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망간만 39% 정도일 뿐 마그네슘과 텅스텐 등은 80% 안팎이다. 국제 마그네슘 및 텅스텐 가격은 보합세를 보이다 이달 들어 급반등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 이들 원자재 가격은 더 오를 가능성이 크다.

가격 상승으로 국내외 철강과 자동차뿐 아니라 전자, 기계산업 등이 전방위적인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철강 업체들이 텅스텐과 마그네슘으로 합금을 만들어 완성차 업체, 전자·기계업체 등에 납품하기 때문이다.

국내에선 특히 마그네슘 사용량이 늘고 있다. 알루미늄보다 가볍고 단단해 자동차 경량화의 소재로 쓰인다. 자동차 강판뿐 아니라 고급자동차의 휠에도 사용되고 있다. 국내 연간 마그네슘 사용량은 1만t 이상으로 세계 5위 규모다. 이 가운데 70% 이상을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다. 국내 유일한 마그네슘 제련공장이 2013년 문을 닫은 뒤 중국 의존도는 더 높아지는 추세다.

주요 산업의 핵심 소재로 쓰이는 희토류, 희소금속 수급도 문제다. 한국은 35종의 주요 희소금속 중 티타늄, 인듐 등을 제외하고 95%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세계 희토류 생산의 63%가량을 차지하는 중국이 희토류 생산을 멈출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 13일 중국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스는 중국 희토류 업체들이 코로나19로 물류 차질과 노동력 부족 현상을 겪고 있다고 보도했다. 희토류 생산 중심지인 중국 장시성 간저우는 휴면 모드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희토류협회는 10일 회원사를 대상으로 코로나19 발생에 따른 애로사항을 조사 중이다.

“원유 가격 하락도 장기적으론 악재”

중국 소비량이 많은 원자재 가격은 하락하고 있다. 원유를 비롯한 철광석, 구리, 아연, 니켈 등이 대표적이다. 한 달 새 한국에서 많이 쓰는 두바이유 가격은 16.1% 떨어졌다. 철광석(-8.9%) 아연(-12.5%) 구리(-7.1%) 가격도 급락세다. 단기적으로는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경우 수입 물가가 떨어져 기업들의 생산비용이 줄어들 수 있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 국내외 산업계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중국 경기가 한동안 침체를 겪을 것이란 걸 의미하기 때문이다. 디플레이션 또는 세계 경기 침체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구리값이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 세계 경기 침체 우려는 커지고 있다. 구리값은 호황 때 뛰고 불황일 때 하락해 실물경제의 바로미터로 불린다.

미국 경제매체 CNBC는 “중국은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20% 정도를 차지한다”며 “중국 정부가 올해 여름까지 코로나19를 통제하지 못하면 세계 GDP 증가율이 1%포인트 낮아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글로벌 기업조사업체 던앤드브래드스트리트는 최근 특별 보고서를 통해 세계 500만 개 기업이 코로나19 사태의 영향권에 있다고 진단했다.

정인설/정연일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