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 예방 효과 vs 사생활 침해
유색인종 편견만 심해진다는 우려도

런던 경찰청이 범죄 예방을 위해 시내 곳곳에 안면인식 카메라 설치를 강행하기로 했다. 범죄를 예방하겠다는 취지만 안면인식 카메라가 시민 사생활을 침해하고, 자유를 위협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24일(현지시간) BBC와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런던 경찰의 안면인식 카메라는 하루에 5∼6시간 가량 가동된다. 경찰이 중대 범죄 용의자 등의 명단과 사진을 등록하면 카메라는 주변을 지나가는 사람의 안면을 인식해 명단과 대조한다. 명단에 등록된 용의자와 일치하는 인물이 있으면 이 자료를 받은 경찰이 검문검색을 하게 된다.

앞서 런던 경찰은 웨스트필드 쇼핑몰, 웨스트엔드 등에서 안면인식 카메라를 시범 운용했고 70%의 정확도로 용의자를 판별했다고 설명했다. 런던 경시청은 생활, 인권 등을 투명하게 보호하기 위한 안전장치 등을 갖췄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범죄 용의자뿐 아니라 실종 어린이 등을 찾는데도 안면인식 카메라가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반발도 만만치 않다. 앞서 영국 데이터보호감시위원회는 안면인식 기술에 대한 새로운 법적 지침이 마련될 때까지 도입을 연기할 것을 경찰에 촉구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도 각국에 관련 지침이 마련될 때까지 최소 5년간 안면인식 시스템 도입을 중단할 것을 권고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안면인식 기술은 영국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공항, 대형 경기장 등에서 신원 파악 등을 목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사생활을 침해하고, 개인의 생체 정보를 이용한 감시가 이뤄진다는 논란을 빚고 있다. 중국은 전 세계에서 정부 차원에서 안면인식 기술을 적극 도입하고 있는 나라 가운데 하나다. 중국 정부는 신장위구르자치구에서 위구르족을 감시하는 데 안면인식 기술을 이용해 비난을 받고 있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도 “안면인식 기술이 비도덕적으로 악용될 수 있다”며 “구글은 이런 위험 때문에 관련 지침과 규정이 마련되는 동안 안면인식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영국 사생활 보호 캠페인 그룹인 빅브러더 워치도 안면인식 카메라 이용은 감시국가의 확장으로, 시민 자유를 중대하게 위협한다고 비판했다. 경찰 설명과 달리 안면인식 카메라의 정확성이 떨어지며, 소프트웨어가 백인 위주로 설계돼 유색인종의 얼굴은 정확하게 인식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FT에 따르면 지난해 실시한 한 조사에서 영국 경찰의 안면인식 시스템의 정확도는 19%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피부색이 짙을수록 범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는 등 인종차별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런던=강경민 특파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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