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까지 총리 후보 결정 못하면 1년새 3번째 총선
네타냐후, 30일 이내 의회서 면책특권 못 받으면 법정행 전망

이스라엘 정치권의 연립정부 구성 협상이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부패 혐의로 검찰에 기소된 뒤 정치적 위기를 맞은 가운데 각 정당은 연정 협상에서 대체로 기존 입장을 고수 중이다.

중도정당 청백당(Blue and White party)의 베니 간츠 대표는 2일(현지시간) 청백당 회의에서 자신이 차기 총리직을 먼저 맡아야 한다는 주장을 되풀이했다고 예루살렘포스트 등 이스라엘 언론이 전했다.

간츠 대표는 지난 9월 총선에서 청백당이 집권당인 리쿠드당보다 많은 표를 얻었다며 네타냐후 총리가 범죄 사건에 대처하는 동안 자신이 총리직을 수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백당의 '2인자'로 통하는 야이르 라피드는 네타냐후 총리가 총리직을 수개월만 맡은 뒤 간츠 대표에게 바통을 넘기기를 원한다는 보도에 대해 "그것은 제안이 아니라 사기"라고 비판했다.

이날 한 이스라엘 신문은 네타냐후 총리가 요르단강 서안의 요르단계곡을 합병하기 위해 6개월 동안 총리직을 더 유지하기를 원한다고 보도했다.

보수당인 리쿠드당 대표인 네타냐후 총리는 자신이 먼저 총리직을 수행하는 대연정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청백당은 검찰에 기소된 네타냐후 총리와는 손잡을 수 없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킹메이커'로 꼽혀온 아비그도르 리에베르만 전 국방장관은 네타냐후 총리와 간츠 대표 사이에서 중립을 지키고 있다.

총선에서 8석을 확보한 극우 정당 '이스라엘 베이테누당'을 이끄는 리에베르만 전 장관은 그동안 리쿠드당과 청백당을 아우르는 연정을 촉구해왔다.

다만, 그는 네타냐후 총리 진영인 유대교 정당들이나 간츠 대표를 지지하는 아랍계 정당들과 함께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이스라엘 연정협상 여전히 안갯속…위기의 네타냐후
네타냐후 총리는 재임 기간이 13년 8개월이 넘는 최장수 이스라엘 총리이지만 5선 여부가 불투명하다.

이스라엘 의회가 차기 총리 후보를 물색할 시간은 불과 열흘도 남지 않았다.

의회가 오는 11일까지 전체 의원(120명) 과반의 지지를 얻는 총리 후보를 찾지 못할 경우 1년 사이 세 번째 조기총선을 치러야 하는 상황이다.

지난 9월 17일 총선 이후 네타냐후 총리와 간츠 대표가 레우벤 리블린 대통령에 의해 차례로 총리 후보로 지명됐지만, 모두 연정 구성에 실패했다.

이에 따라 리블린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총리 후보 지명권을 의회에 넘겼다.

앞서 작년 11월 리에베르만 전 국방장관이 사임한 여파로 올해 4월 조기총선이 치러졌지만, 네타냐후 총리는 연정에 성공하지 못했다.

연정 협상이 난항을 겪는 가운데 이스라엘 검찰은 네타냐후 총리를 법정에 세우기 위한 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스라엘 검찰은 2일 의회에 네타냐후 총리의 재판이 예루살렘 내 법원에서 진행될 것이라고 통보하고 네타냐후 총리가 앞으로 30일 동안 의회에 면책특권을 요청할 수 있다고 밝혔다.

네타냐후 총리가 면책특권을 받을 경우 한숨을 돌릴 수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법정에 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 검찰은 법정에서 네타냐후 총리의 전 측근들과 사업가 등 333명을 대거 증인으로 세울 계획이라고 전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영화 '프리티 우먼'으로 유명한 할리우드 영화제작자 아논 밀천 등으로부터 수년간 '돔 페리뇽' 등 고급 샴페인과 '파르타가스' 쿠바산 시가 등 수십만 달러 상당의 선물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이스라엘 최대판매 부수를 자랑하는 일간지 예디오트 아흐로노트 발행인과 막후 거래를 통해 우호적인 기사를 대가로 경쟁지 발행 부수를 줄이려고 한 혐의도 받는다.

여기에 시민들의 시위도 네타냐후 총리를 압박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지중해 도시 텔아비브에서는 수천 명이 모여 네타냐후 총리의 퇴진을 요구했다.

이스라엘 연정협상 여전히 안갯속…위기의 네타냐후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