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검찰 "용의자, 대량 살상 노려"…진입 실패로 대형 참사 모면
극우세력 커지면서 반유대주의 고개 들어…극우주의 경각심 커져
"극우에 맞서자"…유대교회당 테러에 '충격' 獨, 각오 다지기(종합)

독일 동부도시 할레에서의 총격 테러 사건으로 독일 사회가 충격에 휩싸였다.

반(反)유대주의에서 비롯된 극우주의 테러로 확실시되는 점에서 더욱 당혹해하고 있다.

나치 독일이 2차 세계대전 당시 저지른 홀로코스트(유대인 학살)에 대해 반성하는 차원에서 독일 사회는 반유대주의를 극도로 경계해왔다.

반유대주의에 대한 반성과 성찰은 전후 독일 사회가 민주주의 체제를 다져올 수 있는 동력이었다.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이 테러 다음 날인 10일 현장을 찾아 희생자를 추모하고 반유대주의에 맞설 것을 주문한 것은 이번 사안의 심각성을 방증한다.

독일 사회에서는 이번 테러를 계기로 2015∼2016년 유럽의 '난민 위기' 이후 급부상하는 극우세력에 맞서야 한다며 각오를 다지는 분위기다.

"극우에 맞서자"…유대교회당 테러에 '충격' 獨, 각오 다지기(종합)

◇ 극우주의자의 작정한 테러…굳게 닫힌 나무 門이 막은 대형 참사
테러는 지난 9일 할레의 유대교회당에서 시작됐다.

극우주의자로 추정되는 27세 남성은 사제폭탄과 소총 등으로 무장한 채 유대교회당에 진입을 시도했다.

이날은 유대교 최대 기념일인 '욤 키푸르'(Yom Kippur/대속죄일)로, 유대교인 70∼80명이 내부에서 기도를 하고 있었다.

대량 살상을 노려 일부러 기념일을 택한 셈이다.

독일의 유대교회당은 테러에 대비해 경찰 초소가 있고, 출입 시 무기 소지 검사를 받는 등 출입이 까다로운데 당시 경찰이 자리를 비웠다.

그러나 다행히 나무로 된 출입문은 굳게 닫혀있었고, 무장한 용의자를 본 유대교 신자들은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용의자는 출입문에 사제폭탄을 던졌지만, 폭발이 이뤄지지 않고 튕겨 나왔다.

용의자가 문을 통과했다면 자칫 대량 살상 테러로 이어질 뻔했다.

10일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독일 검찰은 체포된 용의자 '슈테판 B'가 대량 살상을 의도했다면서 "우리가 어제 경험한 것은 테러리즘"이라고 밝혔다.

용의자는 유대교회당 진입에 실패하자 옆 유대인 공동묘지 입구에 있는 여성에게 총을 발사해 숨지게 했다.

이어 용의자는 자신이 몰고 온 차량을 타고 인근의 케밥 가게로 이동해 행인들에게 총을 발사했다.

다친 2명은 생명에 지장은 없는 상태다.

용의자는 범행 후 도망치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이 과정에서 목에 총격을 입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검찰은 용의자의 차량에서 4㎏ 무게의 폭발물 등 무기를 추가로 발견했다.

법무부는 이번 사건을 극우주의 동기에 의한 테러로 보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극우에 맞서자"…유대교회당 테러에 '충격' 獨, 각오 다지기(종합)

◇ 스트리밍 서비스로 테러 중계…홀로코스트 부인 발언
일간 빌트 등에 따르면 용의자는 14세 때 부모가 이혼한 뒤 엄마와 함께 거주해왔다.

대학에서는 화학을 전공했으나, 위 수술을 받은 뒤 학교를 포기했다.

독일 연방군에 자원해 복무한 뒤 방송사 기술자로 일했다.

용의자는 게임 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인 트위치를 통해 35분간 테러 현장을 생중계할 당시 홀로코스트를 부인하면서 "모든 문제의 근원은 유대인"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페미니스트와 난민을 비판했다.

자신을 지칭하는 듯 "바보", "실패자"라고 말하기도 했다.

용의자는 어눌한 영어를 사용해 독일 밖의 시청자까지 염두에 둔 듯했다.

◇ 뿌리 깊은 반유대주의…"반유대주의 견제 학습 끝나지 않아"
독일이 2차 세계대전에서 패한 뒤 홀로코스트의 실상이 알려졌지만, 반유대주의 뿌리가 깊은 독일 사회에서는 유대인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끊이지 않았다.

반유대주의에서 비롯된 공격이 계속 일어나자, 독일 지성 사회에서는 국가사회주의 역사에 대한 반성적 사고를 더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특히 1963년 아우슈비츠 재판을 계기로 사회적으로 홀로코스트에 대한 반성 작업이 광범위하게 이뤄졌다.

이런 과정에서도 1970년 2월 13일 뮌헨의 유대인 커뮤니티 센터에서 방화사건이 발생해 7명의 홀로코스트 생존자들이 목숨을 잃었다.

1994년 뤼벡, 2010년 마인츠에서 유대교회당 방화 사건이 발생했다.

유럽의 난민위기를 기점으로 반유대주의는 더욱 고개를 들고 있다.

반난민 정서를 자양분 삼아 극우세력이 몸집을 키우면서 반유대주의 정서 역시 점점 더 퍼졌다.

일간 쥐트도이체차이퉁은 10일 기사에서 중동 출신 이민자의 증가가 반유대주의의 증가와 연관성이 있다는 것은 증명할 수 없지만, 중동지역에서 이스라엘과 아랍 국가들 간의 충돌이 독일로도 여파가 미치고 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고도 분석했다.

이어 쥐트도이체차이퉁은 "반유대주의를 견제하기 위한 독일의 학습 과정은 확실히 끝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극우에 맞서자"…유대교회당 테러에 '충격' 獨, 각오 다지기(종합)

◇ 정치권, 테러 계기로 극우세력 견제 나서
독일 정치권은 이번 테러를 계기로 극우세력에 대한 견제를 강화하고 있다.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은 테러 현장에서 극단주의자들의 폭력에 맞서 유대인을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도 "증오, 폭력, 혐오에 관용은 없다"면서 극단주의에 맞설 것을 주문했다.

수도 베를린의 연방하원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은 이날 인근의 홀로코스트 기념관에 모여 반유대주의와 극우세력을 비판했다.

앞서 지난 6월 중부도시 카셀에서 난민을 옹호해온 지역 정치인 발터 뤼브케가 극우주의자에 의해 살해당한 바 있다.

이에 독일 당국은 정치인과 시설 등을 상대로 한 극우주의자들의 테러 가능성이 커졌다고 보고 감시를 강화해왔다.

경찰은 전날 이슬람사원에 폭파 협박 메일을 보낸 혐의로 극우주의자 7명의 집을 급습했다.

경찰은 이 가운데 6명을 체포하고, 급습 당시 집에 없었던 극우주의자 1명을 추적 중이다.

이들은 지난 7월 8일부터 23일 사이에 폭발물 공격 위협을 담은 23개의 이메일을 보낸 혐의를 받고 있다.

호르스트 제호퍼 내무장관은 10일 취재진을 상대로 "어제 일어난 잔인한 범죄는 독일에 불명예스러운 일"이라며 "극우주의자들의 테러를 막기 위해 보안 당국을 보강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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