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서 전날 친서를 받았다며 “그는 ‘워 게임(한·미 군사훈련)’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했다)”며 “나도 마음에 든 적이 없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취재진과 만나 “김정은에게서 어제 아름다운 친서를 받았고 긍정적인 내용이었다”며 이같이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는 (미사일)시험이, 워게임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했다)”며 “나도 마음에 든 적이 없다. 왜냐면 돈을 내는걸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비용을)돌려받아야하고 나는 한국에 그렇게 말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그렇지만 커다란 테스트여서 (한·미훈련을) 하라고 했다”며 “다양한 영역을 한국에 넘기는 것이다. 그렇게 돼야 하는 것이라서 나는 그게 좋다”고 했다. 이번 한·미훈련이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에 초점을 맞춘 것임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비춰볼 때, 김정은은 친서에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한·미 군사훈련 때문에 불가피하다는 취지의 말을 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기존 입장을 반복한 것이다.

주목할 건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친서 내용을 전하면서 자신도 비용 부담 문제로 한·미 훈련에 부정적이며 비용을 돌려받아야 한다고 한국에 말했다고 한 대목이다. 한국에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요구한 것이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일 트윗을 통해 “한국은 부자 나라”라며 “한국이 북한으로부터 자신들을 방어하기 위해 상당히 더 많은 돈을 내기로 합의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한국 땅에 3만2000명의 군인을 주둔시키고 있고 약 82년 동안 그들을 도왔다”며 “(하지만)우리는 아무 것도 얻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이와관련, 미국이 한국과 방위비 협상에서 올해 분담금 액수(1조389억원)의 6배 가까운 50억달러(약 6조원)을 요구할 것이란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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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외교부는 한·미 방위비 협상이 아직 시작되지도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트윗에서 거론한 주한미군 규모(실제로는 2만8500명)도 정확하지 않다. 또 ‘미국이 82년동한 한국을 도왔다’고 한 것도 근거가 불분명하다. 하지만 올 하반기 시작될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 미국이 대폭 인상을 요구할 것이란 점은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훈련에 대해 비용 문제로 비판적 입장을 보인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지난해 6월 싱가포르 미·북 회담 직후 한·미 훈련 중단을 자신이 먼저 김정은에게 제안했다고 밝히며 “내가 백악관에 들어온 날부터 싫어했다”고 말했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훈련을 ‘워 게임’으로 부르며 ‘북한이 쓰는 용어 아니냐’는 질문에 “내 용어”라고 반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동맹을 비용 문제만 따지는데 대해 미국 조야는 대부분 비판적이다. 또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면서 동맹인 한국을 압박하는건 한·미 동맹의 틈을 벌리려는 북한의 전략에 말려드는 것이란 지적이 많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친서에 ‘다음 회담에 대한 언급이 있었느냐’는 질문엔 “우리가 또 다른 만나을 가질 것으로 본다”고만 말했다.
김정은의 친서는 3쪽 분량이라고 밝혔다. 친서는 북한에서 인편으로 전달됐으며 북한에서 바로 백악관으로 친서가 전달되는 옛날식 시스템이 있다고 했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