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인 인도법 개정안’(송환법) 반대로 촉발된 시위가 계속되면서 홍콩 시민과 중국 중앙정부 간 갈등이 더욱 격화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홍콩 시위가 정권 교체를 이루려는 ‘색깔혁명’이 되고 있다며 개입 가능성을 또다시 내비쳤다. 중국 경찰은 홍콩 인근 지역에서 대규모 폭동 진압 훈련을 했다. 시위 상황이 격화하면서 미국 호주 영국 일본 등은 홍콩에 대한 여행 경보를 발령했다.

8일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장샤오밍 주홍콩 중국연락공보실 실장은 전날 중국 선전에서 열린 비공개 좌담회에 참석해 “홍콩은 1997년 반환 이후 가장 심각한 국면에 처했다”며 “시위가 색깔혁명의 특징을 뚜렷이 나타내고 있다”고 말했다.

색깔혁명은 2000년대 초반 발칸반도 등지와 옛 소련 국가들 사이에서 일어난 일련의 정권교체 혁명을 통칭한다. 우크라이나의 오렌지혁명, 조지아의 장미혁명, 키르기스스탄의 튤립혁명 등을 아우르는 용어다.

톈페이룽 베이항대 교수는 “중국 정부가 홍콩 시위에 대해 색깔혁명이라 지칭한 건 매우 중요한 신호”라며 “상황이 개선되지 않으면 정부가 전면 개입할 수 있다고 경고한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 “홍콩특별행정구 기본법에 따르면 홍콩 정부가 요청할 경우 중앙 정부는 인민해방군뿐 아니라 본토 경찰력까지 끌어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정부는 홍콩 시위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홍콩 일간 명보는 “홍콩 북부 신제 지역이 바라보이는 선전시 선전만 일대에서 지난 4일부터 완전 무장한 경찰 1만2000여 명이 폭동 진압과 테러 대응 훈련을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훈련을 위해 헬리콥터 6대, 쾌속정 10여 척, 장갑차까지 동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정부는 10월 1일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70주년 행사를 대비한 훈련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홍콩 시위대를 위협하기 위한 무력 과시로 보는 분석이 우세한 상황이다.

정연일 기자 ne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