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의 입법과 예산 승인 권한을 쥐고 있는 유럽의회 선거가 4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EU 회원국 극우정당들은 유럽의회에서 영향력을 키우기 위해 선거 연대를 추진해 주목된다. 난민 포용과 과도한 분담금에 불만이 있는 이들은 ‘EU 개혁’을 넘어 ‘EU 해체’까지 주장하고 있다. 유럽의회 선거 향방에 따라 향후 유럽의 예산, 무역, 난민 정책이 크게 달라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프랑스 극우정당 국민연합의 마린 르펜 대표, 이탈리아 우파연합 동맹을 이끄는 마테오 살비니 대표는 서로 손잡고 포퓰리스트 정치인들을 유럽 의회에 진출시킬 계획이다. 르펜 대표는 오는 5월23~26일 선거를 앞두고 이달 13일 유세를 시작하면서 “전체주의 시스템으로 변해버린 EU로부터 유럽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르펜은 “유럽의회에서 다수를 차지한 뒤 썩어가는 EU를 부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르펜이 유럽의회 출마 후보로 소개한 23세의 조르당 바르델라는 “이탈리아와 오스트리아에선 우파 동지들이 정권을 잡고 있다”고 했다.

이탈리아 부총리 겸 내무장관을 맡고 있는 살비니 대표도 유럽 극우파 세력을 규합해 유럽의회 발언권을 강화할 계획이다. 살비니는 요하임 브루드진스키 폴란드 내무장관과 함께 한 지난 9일 기자회견에서 “유럽의회 선거 이후에는 관료주의 정치 세력이 물러가고 유럽 가치의 르네상스가 재현될 것”이라고 했다.

750석인 유럽의회 의석수는 이번에 705석으로 줄어든다. 현재는 중도우파인 유럽국민당이 217석으로 1당, 중도좌파인 사회민주진보동맹이 186석으로 2당을 차지하고 있다. 극우정당인 자유와직접민주주의유럽은 42석, 유럽민족및자유는 37석에 불과하다.

하지만 로이터 조사에 따르면 극우파 정당들이 이번 선거에서 127석까지 차지할 것으로 조사됐다. 전체 의석의 18%에 달해 이 같은 결과가 나오면 유럽의회 내 영향력이 크게 높아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유럽의회는 유럽이사회와 함께 입법안을 수정 및 거부할 수 있고 유럽 정책에 관해 협의·권고 등 영향력도 발휘할 수 있다.

극우정당이 득세하는 이유는 EU의 포용적 난민정책으로 인한 갈등이 이어지는 데다 EU 분담금이 과하다는 불만이 높아지고 있어서다. 2021~2027년 EU 예산이 1조2790억유로로 지난 회기보다 28% 늘어나면서 회원국 재정에 부담을 주고 있다. EU가 각국에 난민 포용을 주장하고 기후변화 대응책을 강하게 요구하고 나선 것도 요인으로 풀이된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