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 근무·낮은 연봉 등에 연구자들 지원 꺼려
중국, 세계 최대 전파망원경 세웠는데…"일할 사람이 없어"
'과학 굴기(堀起)'를 꿈꾸는 중국이 세계 최대 전파망원경을 세워 가동하고 있지만, 정작 이곳에서 일할 연구자를 찾지 못해 애를 태우고 있다.

1일 중국 과기일보와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과학원 국가천문대는 구이저우(貴州) 성 핑탕(平塘) 현 산림지대에 '구경 500m 구형 전파망원경'(FAST)을 세워 2016년 9월부터 시험 가동하고 있다.

지름 500m 규모의 이 망원경은 축구장 30개를 합한 25만㎡ 면적으로, 푸에르토리코에 있는 지름 300m의 미국 아레시보 천문대 망원경보다 훨씬 큰 세계 최대 전파망원경이다.

'톈옌'(天眼·하늘의 눈)으로 불리는 이 전파망원경은 지난 2년 동안 53개의 펄서(빠르게 자전하는 중성자별)를 발견하는 공을 세웠으며, 우주의 기원과 진화를 밝히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내년 상반기 정식 가동에 들어가는 톈옌은 '구인난'이라는 예상치 못한 복병을 만났다.

국가천문대는 톈엔에 수십 명의 연구자를 근무하게 한다는 계획이지만, 지난해 말 일찌감치 구인 공고를 했음에도 지금껏 채용한 연구자는 목표 인원의 절반에 불과하다.

이러한 구인난의 가장 큰 원인으로는 열악한 근무 환경과 낮은 연봉, 불안정한 고용 조건 등이 꼽힌다.

중국의 변방인 구이저우 성의 산림지대에서 장기간 근무해야 하지만 연봉은 10만 위안(약 1천600만원)에 불과하다.

중국의 평균 임금보다 훨씬 높다고 하지만, 천문학과 관련된 전문 지식은 물론 해외 학술 교류를 위해 영어에도 능통해야 한다는 조건을 생각하면 연봉 수준이 그렇게 높다고 할 수 없다.

중국과학원의 한 연구원은 "이는 해외 천문대의 연봉 수준에 비교하면 턱없이 낮은 수준"이라며 "더구나 정규직 자리가 별로 없어 연구자들은 이곳에서 계약직 신분으로 일해야 한다"고 전했다.

정부 기관인 중국과학원이 연구자들의 활동에 간섭할 것이라는 우려도 자유로운 연구 활동을 꿈꾸는 과학자들의 지원을 꺼리게 한다.

톈엔을 책임질 수석 과학자의 경우 120만 달러(약 14억원)의 높은 연봉을 제시하며 중국은 물론 해외에서도 구인에 나섰지만, 아직 적임자를 찾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SCMP는 "톈엔의 문제는 현재 중국 과학계가 직면한 문제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며 "중국 정부는 2050년까지 세계 과학기술 혁신의 리더가 되겠다는 꿈을 꾸고 있지만, 정작 재능 있는 연구자를 유치하는 일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고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