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강약 옵션이 모두 협상 대상" 군사 개입 경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군사 개입'의 압박을 받는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유엔총회에 참석해 트럼프 대통령을 기꺼이 만나겠다고 밝혔다.

마두로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의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총회의 연단에 올라 "좋다.

그(트럼프)가 논하기를 원하는 어떠한 의제에 관해서도 공개적으로, 진정으로, 터놓고 얘기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고 AP,AFP통신 등 외신들이 전했다.

마두로는 "도널드 트럼프는 베네수엘라를 걱정하고 있고, 베네수엘라를 돕기를 원한다고 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지난달 초 '폭탄 드론' 공격을 받았던 마두로는 애초 신변 안전을 우려해 유엔총회에 참석하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공언했으나, 이날 자신에게 할애된 시간을 넘겨 50분에 걸친 장황한 연설을 미국을 힐난하는 데 대부분 할애했다.

마두로는 미국 우선주의를 강조하고 글로벌리즘(globalism)을 배격한 트럼프의 유엔총회 연설을 겨냥, "어제 바로 이 연단에서 미국의 명령에 복종하고, 미국의 정책을 따르지 않으면 각국 정부들은 대가를 치를 것이라는 협박이 나왔다"고 비난했다.
유엔 연설 베네수엘라 마두로 "트럼프와 기꺼이 만나겠다"
마두로의 연설에 앞서 트럼프는 유엔총회의 연례 고위급회의에 참석한 자리에서 베네수엘라에 대한 군사 개입을 묻는 기자들의 말에 "강하고, 덜 강한 모든 옵션이 협상 대상이다.

강한 것이 의미하는 바가 뭔지는 알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베네수엘라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은 치욕스럽다"며 "베네수엘라가 잘 해결되고 국민이 안전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트럼프도 마두로를 만날 것이라고 앞서 밝힌 바 있지만 야권에 대한 탄압 등 인권 유린 행위가 베네수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과 관련, '군대가 쉽게 마두로를 무너뜨릴 것'이라고 언급하는 등 군사 개입에 대한 필요성도 거론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이달 초 미국 행정부 관리들이 마두로 축출을 위해 베네수엘라군 간부들을 세 차례 만났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아르헨티나, 칠레, 콜롬비아, 파라과이, 페루 등 남미 5개국과 캐나다는 최근 베네수엘라의 불법 구금, 불법 처형, 고문, 성(性)적 학대 등 인권 유린 행위를 고발하는 보고서를 국제형사재판소(ICC)에 보내고 마두로의 반인류 범죄에 대한 조사를 요청했다.

마두로는 2015년 이후 유엔총회에 참석하지 않았고 이번에도 불참 의사를 표시한 바 있으나, 미국의 군사적 개입 경고를 포함한 국제사회의 압박이 가중되자 대화의 장에 모습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