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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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방문설이 나왔던 중국 칭다오(靑島)는 8일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를 하루 앞두고 삼엄한 경비 속에 한적한 관광도시로 변해있었다.

SCO 정상회의가 열리는 시내 해안가인 아오판(奧帆)센터를 중심으로 그 일대 주민들에 소개령이 내려지고 상가 상점들도 일제히 문을 닫았기 때문이다.

칭다오 관문인 류팅(流亭)공항부터 시작해 시내에 이르는 곳곳에 경찰 초소와 바리케이드가 설치돼 있었고 장갑차 주변으로 무장경찰들이 삼삼오오 경계를 섰다.

칭다오시 정부는 회의장 주변의 주민들에게 8일 정오부터 집을 비우고 회의가 끝나는 10일 밤 10시 이후에 돌아오게 했다고 한다.

이를 위해 주민 한명마다 800 위안의 보상금도 지급됐다.

집을 떠나기 원치 않는 주민은 6일부터 창문을 열 수 없고 반드시 커튼을 쳐야 했다.

경찰은 주민에게 저격범으로 오판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창문 가까이 접근하지도 말라고 했다.

회의 기간에 '계엄' 구역의 차량 진출입도 제한됐고 주변 상업 및 접객 활동도 잠정 중단됐다.

산둥(山東)성 전역에 있는 오염원 배출 공장에는 가동 중지 명령까지 내려진 상태다.

마치 2016년 9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렸던 항저우(杭州)가 주민들에게 집단 휴가를 주고 '공성계'(空城計·성을 비우는 계책)를 쓴 상황을 연상케 한다.

하지만 이런 통제와 경비 속에서도 김 위원장의 칭다오 방문설은 평가절하되는 분위기다.

칭다오시의 삼엄한 경계 경비도 중요 국제회의 개최 때마다 이어지는 중국 특유의 강력한 보안 정책 때문인 것으로 보였다.
주민 소개령 내려진 中 칭다오… 김정은 3차 방중은 설로 그칠듯
주민 딩(丁)씨는 "김 위원장 방문 얘기는 처음 듣는다"고 했다.

현지 소식통도 "칭다오는 평양과 직항노선이 없기 때문에 김 위원장의 방문이 이뤄지려면 공항, 관제 차원에서 사전 준비작업이 있어야 하는데 전혀 그런 징후는 보이지 않는다"고 전했다.

외교가에서는 홍콩 매체의 보도로 김 위원장이 이 회의에 합류해 북중러 정상회의를 가질지 주목했다.

북중 정상이 다롄(大連)에서 예상을 깬 돌연한 회동을 가진 것처럼 또다시 이런 전격적인 회의가 성사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이 전격적으로 SCO 회의장에 나타날 가능성도 난다면 시 주석과는 2개월 사이에 세 번째 회동이 되고, 푸틴 대통령과는 첫 번째 만남이 된다.

김 위원장은 이를 통해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중국과 러시아를 우군으로 확보해 협상력을 키울 수 있게 되고 중국과 러시아는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과 존재감을 키울 수 있게 될 것으로 평가됐다.

여기에 한반도 비핵화, 평화체제 논의가 남북미 주도로 이뤄지는 것에 대해 중국과 러시아가 거부감을 갖고 있는 것도 김 위원장의 3차 방중설과 관련해 주목되는 대목이었다.

하지만 현재 여러 정황상 김 위원장의 방문 가능성은 물건너갔다고 보는게 타당하다.

이미 러시아 정부가 칭다오에서의 3국 정상회의 가능성을 부인했고 북한 역시 차후에 북러 정상회담이 개최될 것이라고 확언한 상태다.

김 위원장이 중러 정상이 9∼10일 동시 체류하게 될 칭다오를 경유지로 활용할 가능성도 제기됐으나 12일 회담일까지는 이틀이라는 시간차가 발생하기 때문에 그럴 가능성도 낮은 편이다.
주민 소개령 내려진 中 칭다오… 김정은 3차 방중은 설로 그칠듯
최근에는 김 위원장이 중국을 경유하지 않고 제3국 비행기를 통해 싱가포르로 직항하게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여기에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이나 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 등 측근을 SCO 회의에 참석시킬 가능성도 제기된 바 있으나 이와 관련된 동향은 포착되지 않고 있다.

김여정 부부장은 김 위원장을 수행해 싱가포르에 동행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김 위원장이 북미 정상회담을 마친 다음 중국을 또다시 방문해 시 주석에게 회담결과를 설명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오는 9월로 예상되는 북러 정상회담도 북한이 미국과 맞서 중국, 러시아와 비핵화 공조전선을 구축할지 여부와 관련해 관심이 모이는 대목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