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자에 부착하는 뇌 감시 센서.  /SCMP 캡처
모자에 부착하는 뇌 감시 센서. /SCMP 캡처
중국 정부가 기업의 생산라인 근로자와 군인, 고속철 기관사 등의 뇌파를 감지하는 장치를 잇따라 도입하고 있다. 이들의 정신적 스트레스를 줄여 사회의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서란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국가가 개인의 정신까지 통제하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30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통신장비 등을 생산하는 항저우중헝전기는 정부 지원을 받아 생산라인 근로자에게 매우 작고 가벼운 무선 센서가 부착된 모자를 쓰고 일하게 한다. 이 센서는 근로자의 뇌파를 실시간으로 측정해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을 사용하는 컴퓨터로 보낸다.

이 컴퓨터는 뇌파를 분석해 근로자의 걱정과 불안, 분노 등 감정 변화를 파악할 수 있다. 이 회사는 측정 결과를 바탕으로 생산 속도를 조절하고 공정을 개선해 전반적인 작업능률을 높인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뇌파 감지 연구는 미국 등 선진국에서도 하고 있지만 실제 산업 현장에 적용한 건 중국이 처음이라고 SCMP는 전했다. 미국 등에선 양궁 같은 스포츠 훈련에서 선수 기량을 끌어올리기 위해 이런 장치를 사용하고 있다.

중국 정부의 지원을 받아 뇌 감지 프로젝트 ‘뉴로 캡(Neuro Cap)’을 진행하는 진지아 닝보대 교수는 중국 내 10여 개 기업 공장이 이 장치를 활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처음에는 거부감이 컸지만 이제는 모두 익숙해졌다”며 “이 장치는 중국이 경쟁국들을 추월하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상하이의 정보기술(IT) 기업 디예아가 개발한 뇌 감시 장치는 베이징~상하이 구간을 운행하는 고속철 기관사의 훈련에 쓰이고 있다. 기관사의 모자에 장착된 센서는 피로와 집중력 저하 등을 90% 이상의 정확도로 측정할 수 있다. 기관사가 졸면 센서가 보낸 신호가 운전실 내 알람을 작동시켜 기관사를 깨운다.

상하이의 창하이병원은 푸단대와 함께 환자 감정을 측정해 사고를 예방하는 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환자가 쓴 모자에 부착된 센서, 병실에 설치된 특수 카메라, 침대 밑의 압력센서 등을 통해 환자의 감정을 모니터링하는 시스템이다. 중국 정부는 뇌파 감지 시스템을 군대와 항공기 조종실에도 적용할 계획이다. 정싱우 중국민항대 교수는 “항공기 이륙 전 조종사의 감정상태를 확인해 항공기 조종을 맡길 것인지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면적인 뇌감시 시스템이 가져올 ‘빅브러더’ 사회에 대한 경고의 목소리도 나온다. 차오지엔 베이징사범대 교수는 “뇌 감지 장치는 국가가 개인의 감정을 통제하는 데 악용될 수 있다”며 “페이스북의 개인정보 유출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