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이민서비스국(USCIS)이 조직 강령에서 ‘이민자들의 나라(nation of immigrants)’라는 문구를 삭제했다고 미 의회전문지 더힐과 공영라디오방송 NPR이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USCIS는 미국에서 영주권을 얻거나 시민권을 받아 귀화하려는 이민자의 수속을 처리하는 연방기관이다.

두 매체에 따르면 USCIS 기존 강령에는 “USCIS는 정확하고 유용한 정보를 고객에게 제공해 이민자들의 나라로서 미국의 약속을 보장한다”는 문장이 들어 있었다. 그러나 새로 바뀐 강령에는 ‘이민자들의 나라’라는 표현이 빠지고 “USCIS는 국가의 합법적인 이민제도를 관장한다”는 내용만 있다. 또 “국토를 안전하게 하고 미국민을 보호하며 우리 가치를 명예롭게 하면서 이민자의 혜택을 위한 요청을 효율적이고 공정하게 판정함으로써 통합과 약속을 지킨다”는 문구가 첨가됐다.

강령 개정은 프랜시스 시스나 USCIS 국장이 직원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공개됐다. 시스나 국장은 “나는 이렇게 간명하고 직설적인 강령이 우리의 합법적 이민제도 유지와 미국민에 대한 헌신이라는 우리 역할을 더 잘 규정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다른 관리는 “강령은 감독자의 기관 지도지침을 반영한다”며 “미국 근로자와 국토를 방어하는 새로운 주안점이 기관의 강령에 들어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USCIS의 강령 변경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반(反)이민정책과 직접 관련돼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슬람권 일부 국민의 입국 금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1~3차 반이민 행정명령을 발동했다. 합법 이민정책과 관련해서는 기술·언어 구사력 등을 평가하는 메리트 시스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가족 한 명이 이주하면 남은 가족 구성원이 줄줄이 입국하는 ‘연쇄 이민’도 막겠다는 방침이다. USCIS는 다음달 18일부터 접수하는 모든 이민서류에 대리서명을 불허하는 규정도 시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박수진 특파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