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화엔지니어링 "현지 시공사와 2년 소송전… 그래도 회사미래 얻었다"
도화엔지니어링(총괄사장 박승우·사진)은 한국에서 설계·감리 분야 도급순위 1위 업체다. 종업원 2000명에 지난해 수주액만 5000억원이 넘었다. 중남미에선 아직 ‘초보’에 가깝다. 페루 리마에서 만난 정시성 철도부문 부사장은 “열심히 중남미 시장을 배우는 중”이라고 말했다.

도화는 2015년 리마 메트로 2호선 감리사업을 컨소시엄 형태로 수주했다. 메트로 2호선은 53억달러짜리 공사로, 감리금액이 1억1000만달러에 달했다. 도화 몫은 30%(3300만달러)였다. 단일 공사로는 회사 창립 60년 만에 최대였다.

수주는 했지만 순탄치만은 않았다. 2년간 시공사와의 소송에 매달려야 했다. 시공사인 스페인 코사피사는 도화 측 인력의 언어능력을 문제 삼았다. 현지 언어를 쓸 수 있어야 한다는 계약서 내용을 들어 한국 기술자들이 스페인어를 못하니 감리업무를 맡을 수 없다며 계약 해지를 요구했다. 2년간 소송 끝에 ‘통역을 통해서도 업무가 가능하다’는 가처분 소송을 받아냈다.

정진만 리마 지사장은 “문제의 본질은 현지 관행을 따르지 않는 한국 업체를 손보려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 부사장은 “소송에 묶여 업무를 진행하지 못해 큰 고생을 했지만 그 덕분에 미래를 얻었다”고 말했다. 업계에 소송 건이 알려지면서 ‘도화가 일을 제대로 한다’는 평가가 나기 시작했다. 페루 교통통신부(MTC) 측은 도화 관계자들을 따로 불러 지하철 공사에 대한 조언을 얻기도 했다.

도화가 주목하는 것은 메트로 2호선이 아니다. 앞으로 계속될 철도 공사다. 페루 정부는 메트로 3호선에서 6호선까지 건설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마스터플랜 용역을 입찰에 부쳤다. 초청입찰 형식으로 진행된다. 도이체반(독일), 시스트라(프랑스) 등 세계 최대 설계회사 10곳이 초청됐다. 도화도 초청장을 받았다. 도화는 전장 500㎞ 규모의 페루 남북철도와 근교철도의 타당성 조사 용역에도 참여할 예정이다.

박승우 총괄사장은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한국 건설시장은 포화상태고 남은 길은 해외시장을 뚫는 것뿐”이라며 “중남미 시장은 갖가지 장벽이 있지만 도전해볼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리마=박수진 특파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