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전통깨기로 시진핑 절대권력·집권연장 이어지나 촉각

내달 18일 개막되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집권 2기, 제19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19대)가 1개월여를 앞두고 있다.

5년마다 열리는 중국의 당대회는 최고위 지도부인 정치국 상무위원단이 새롭게 구성돼 대내외 국정운용 방향이 결정되기 때문에 이 중국식 '중간선거'에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중국 당대회 한달전 관전포인트… "모든게 시진핑 1인체제 지향"
시 주석이 지난 5년간의 집권 1기에 반부패, 외교, 군대개혁, 경제 분야에서 과거의 중국과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을 보여줬던 만큼 19차 당대회는 '포스트 덩샤오핑(鄧小平) 시대'를 본격화하는 상징적 회의로 여겨지고 있다.

특히 이번 대회는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이자 샤오캉(小康·모든 국민이 편안하고 풍족한 생활을 누림) 사회 구현의 목표시기인 2021년을 맞는 회의이기도 하다.

대중국 관계의 급변기를 맞은 한국 입장에서도 중국 집단지도체제의 변화, 시 주석의 권력 강화 여부는 향후 새로운 한중관계 모색에 밑바탕이 될 그림이다.

시 주석은 이번 당대회에서 당의 기존 전통 내규를 파기하고 단일 권력체제 지향하는 새로운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 7상8하 원칙 깨지나…왕치산 연임 가능성 촉각
우선 시 주석의 최측근이자 반부패 사령탑인 왕치산(王岐山·69)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가 19차 당대회에서 정년 내규를 깨고 계속 정치국 상무위원에 유임할 것이라는 관측이 이어지고 있다.

중국 정가에는 '7상8하'(七上八下·67세는 유임하고 68세는 은퇴한다)라는 묵계에 따라 당대회 시점에 68세 이상이면 정치국 상무위원에서 퇴임하고 67세 이하면 한차례 임기를 다시 맡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당초 2002년 16차 당 대회 당시 장쩌민(江澤民) 전 국가주석이 경쟁자로 여겼던 68세의 리루이환(李瑞環) 전국정치협상회의(정협) 주석의 정치국 상무위원 연임을 막기 위해 도입한 규정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후 장기집권의 폐해를 막기 위한 필요성이 인정되며 '7상8하' 퇴진원칙과 당 총서기 10년 임기는 중국 공산당의 내규로 굳어졌다.

왕치산의 연임 문제는 오는 2022년 20차 당대회에서 퇴임 예정인 시 주석이 10년 임기 관례를 따르지 않고 집권 기간을 연장할 가능성으로 연결된다.

19차 당대회에서 왕치산이 퇴임하게 된다면 시 주석이 7상8하 내규를 계속 준수하는 것을 의미하고 시 주석의 권력이 당의 내규를 깰 수 있을 정도로는 커지지 않았다는 것을 뜻하다.

왕치산의 유임 가능성이 더 크다는 관측도 많다.

시 주석이 자신을 확실하게 밀어줄 보조자가 필요하고 반부패 정책의 연속성 차원에서도 그의 존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왕치산이 유임할 경우 계속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를 맡거나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위원장으로 옮겨 내년 3월 출범하는 감찰위원회를 장악토록 할 가능성이 있다.

총리나 정협 주석직도 가능하다는 설이 있다.

그가 최근 잇따라 공개활동에 나선 것을 두고 왕치산 유임론의 징조로 보는 시각이 있다.

하지만 홍콩 매체들은 왕치산이 이미 베이다이허(北戴河) 회의에서 사생아 소문, 비리 의혹 등을 시인하고 더는 추궁하지 않는 것을 조건으로 상무위원에서 퇴임키로 했다는 관측을 전하기도 했다.

왕치산은 최근 장인인 야오이린(姚依林) 부총리 추모 좌담회에 참석한 자리에서 "한 세대 사람은 그 세대의 길이 있고, 또 그 세대의 사명도 있다"는 의미심장한 발언을 남기기도 했다.
중국 당대회 한달전 관전포인트… "모든게 시진핑 1인체제 지향"
◇ '시진핑 사상' 등장하나…시진핑 절대권력 판단기준
인사 문제를 빼면 19차 당대회에서 '시진핑 사상'이 등장할지, 시진핑 사상이 당장(黨章·당헌)에 삽입될지 문제도 시 주석의 향후 절대권력 행사를 가늠해볼 수 있는 중요한 관전 포인트다.

현재 공산당 당장에는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이 주창한 '3개 대표론'과 후진타오(胡錦濤) 전 주석의 '과학적 발전관' 등의 지도방침도 각각 명기했으나, 장쩌민과 후진타오의 이름은 들어 있지 않다.

시 주석의 이름이 들어간 '사상'이 명시되면, 이는 '이론'으로서 당장에 규정된 덩샤오핑을 넘어 마오쩌둥급의 권위가 부여되는 것을 의미한다.

올해 중국의 당정기관들은 모두 시 주석의 그간 발언, 연설, 문장 등을 학습하는데 방점을 찍어왔다.

리잔수(栗戰書) 중앙판공청 주임과 류윈산(劉雲山) 정치국 상무위원은 시진핑의 중요 강연·발언이 초보적인 이론 체계를 형성했다고 말했다.

중국 전문가들도 19차 당대회에서 당장 개정안이 제출될 것이라는 전망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다만 시진핑 사상이 어떻게 표출될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앞서 2012년 18차 당대회에서 후진타오가 주창한 과학발전관은 마르크스레닌주의, 마오쩌둥 사상, 덩샤오핑 이론, 3개 대표 중요사상과 함께 당의 지도사상에 편입됐다.

한 소식통은 "시진핑 사상은 시대적 필요성이나 내용의 풍부성 측면에서 지도사상 자격이 될 만하지만 공식화할 시기가 아직 무르익지 않았다는데 중국 공산당의 고민이 있다"고 전했다.

마오쩌둥 사상도 40여년의 성숙기를 거쳤고 덩샤오핑 이론도 1978년부터 1991년 남순강화(南巡講話)까지 13년간의 발전 기간이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시진핑의 첫 임기가 아직 마무리되지도 않았고, 반부패, 군대개혁, 개혁심화 과제가 한창 진행중인 상황에서 '시진핑 사상'을 공식화하는 것은 무리라는 관측이 많다.

시 주석을 마오쩌둥, 덩샤오핑에 이은 실질적인 3세대 지도자로 올리려는 움직임도 엿보인다.

장쩌민, 후진타오 전 주석을 덩샤오핑 시대에 예속된 세대로 격하시켜 시 주석의 위상과 지위를 올리려는 시도다.

이에 따라 차기 주자로 급부상한 천민얼(陳敏爾) 충칭(重慶)시 서기가 선전·이데올로기 담당 상무위원을 맡아 향후 5년간 '시진핑 사상'을 이론적으로 집대성하는 역할을 맡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 차기 지도자·공산당 주석제·상무위원단 축소도 관심
시 주석이 19차 당대회에서 자신의 후계 지도자를 제시할지도 차기 권력의 움직임과 관련해 비상한 관심을 모은다.

이미 쑨정차이(孫政才) 전 충칭시 서기의 돌연한 면직으로 현 지도자가 한 세대를 건너뛰어 그 다음 세대의 젊은 지도자를 미리 낙점하는 '격대(隔代) 지정'의 권력승계 구도가 일부 깨졌다.

전임 후진타오가 지목해둔 차기 지도자 후보중 한명을 내친 것은 시 주석이 더 이상 후계자 승계 전통을 지키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대신 전임자가 지목해둔 후춘화(胡春華) 광둥(廣東)성 서기는 그대로 남겨둔 채 나머지 한자리의 차기 지도자 후보를 자신이 직접 낙점하는 새로운 그림을 그리고 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차기 지도자로 내정된 후보가 임기중 7상8하 내규를 적용받지 않기 위해 50대 후반을 넘어선 안되기 때문에 시 주석의 후계자 인재풀은 좁을 수 밖에 없다.

이에 따라 시 주석의 저장(浙江)성 서기 시절 최측근이었던 천민얼(57)이 쑨정차이의 낙마로 공석이 된 충칭시 서기 후임을 맡으면서 유력한 차세대 지도자 후보로 꼽히고 있다.

하지만 이마저 장담하기는 어렵다.

시 주석이 집권연장과 절대권력을 위해 차기 지도자를 명확하게 지목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19차 당대회에서 '공산당 주석' 제도가 부활할지도 관심이 쏠리는 대목이다.

중국 공산당 지도부의 최정점에 거부권 행사가 가능한 '중앙위원회 주석'을 부활시켜 과거 마오쩌둥 같은 지위와 권한을 부여하자는 것이다.

일부 외신은 시 주석이 당주석에 오르는 걸 골자로 한 개혁안을 리잔수 중앙판공청 주임이 작년말 마련했다고 전한 바 있다.

시 주석이 근래 군 열병식에서 '서우장'(首長) 대신 '주시'(主席) 칭호로 경례를 받은 것이 주석제 부활을 의미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방안은 시 주석의 무소불위 권력을 강화할 수단일 뿐만 아니라 당 주석 임기를 통해 집권을 10년 연장할 수 있는 방편이기도 하다.

정치국 상무위원 수가 7명에서 5명으로 줄어들지도 시진핑 권력의 수위를 판단할 준거가 될 수 있다.

2012년 18차 당대회에서 상무위원 체제가 9명에서 7명으로 바뀐 데 이어 다시 5명으로 줄어들면 상대적으로 시 주석의 권력과 위상은 더욱 커질 수 밖에 없고 집단지도체제 의미는 한층 퇴색할 수밖에 없다.

정치국 상무위원 수는 줄어드는 대신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은 현재 2명에서 4명으로 늘리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비리 몸통' 궈보슝(郭伯雄)·쉬차이허우(徐才厚) 전 군사위 부주석 시절의 군 권력 집중을 해소하는 것을 명분으로 한 이 확대방안 역시 시 주석의 군 최고 통수권자로서 권위를 확고하게 만들 것으로 예상된다.

(상하이연합뉴스) 정주호 특파원 joo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