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식품회사인 스위스 네슬레가 27일(현지시간) 200억스위스프랑(약 23조83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계획을 발표했다.

월가의 대표적 행동주의 투자자 대니얼 롭이 이끄는 헤지펀드 서드포인트가 경영 개선을 요구한 지 이틀 만에 대대적인 주가 부양책을 내놓은 것이다.

마크 슈나이더 네슬레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2월 “자사주 매입이 최우선 순위가 아니다”며 성장을 위한 투자를 강조했다. 하지만 이날은 “주주 가치 창출을 위한 실행 가능한 선택”이라고 말을 바꿨다. 네슬레는 2015년 말 이후 1년6개월 만에 자사주 매입을 재개하게 됐다. 네슬레는 2005년부터 10년간 470억스위스프랑을 자사주 매입에 사용했다. 이번 자사주 매입은 2020년 6월 끝난다.

서드포인트는 지난 25일 네슬레 주식 4000만주, 지분 1.25%를 확보했다고 밝힌 뒤 “네슬레가 과거 방식에 사로잡혀 있다”고 비판하며 경영 쇄신을 요구했다. 구체적으로 보유 중인 프랑스 화장품회사 로레알 지분을 전부 매각해 자사주 매입에 나서고 이익률이 낮은 브랜드를 정리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네슬레는 이날 서드포인트 요구에 대한 답변은 내놓지 않았다. 자사주 매입 계획도 서드포인트가 요구하기 전인 지난주 금융당국에 보고했으며 26일 승인을 받아 발표했다고 설명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그러나 세계 경기가 둔화되고 소비자의 식료품 소비 패턴이 바뀌면서 네슬레의 비즈니스 모델도 바뀌어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네슬레는 지난해 의욕적으로 시작한 미국 제과시장 진출도 1년 만에 종료한다고 이달 초 발표하기도 했다.

투자전략가들은 경쟁사인 유니레버가 올해 50억유로(약 6조5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계획을 발표한 것이 네슬레의 이번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