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日 ‘자유무역’ 대신 ‘공정무역’협정 추진
무역역조 해소에 방점
한미FTA등 영향 주시
펜스 부통령과 아소 부총리가 협상 주도


미국과 일본이 10일(현지시간) 다자간 자유무역협정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대신 양자간의 새로운 ‘공정’ 무역협정을 추진키로 합의했다. ‘자유’ 무역협정이 아니라 ‘공정’ 무역협정을 추진키로 한 배경이 주목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이 날 백악관에서 정상회담 후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양자 무역체제 구축을 위한 대화 채널을 가동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정부간 협상에 들어가기 전에 협상 진행에 필요한 절차와 일정, 내용등을 논의하는 대화채널로 풀이된다. 대화 채널은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 일본의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가 이끌게 된다.

두 정상은 자유무역협정(FTA)이란 단어를 쓰지 않고 ‘공정한 방식의 무역체계’라는 표현을 썼다. 관세없는 무역체계가 아니라 무역역조를 해소하기 위해 일정 정도의 무역장벽을 인정하는 통상조약을 추진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아베 총리는 “(펜스 부통령과 아소 부총리간) 대화에서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데 매우 긍정적”이라며 “새 회담은 일본과 미국에 큰 기회가 될 것이며 물론 공정한 방식으로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TPP 탈퇴 결정이 실수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을 모두 알고 있다”면서 “양국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규칙에 기초한 자유롭고 공정한 시장을 구축할 것”이라고 빗겨갔다.

트럼프 대통령도 양국간 통상 협력방안에 대해 “미국과 일본은 양국 경제 모두에 혜택을 주는, 자유롭고 공정하며 상호적인 무역관계를 추진하기로 했다”고 ‘공정‘과 ‘상호’라는 단어에 힘을 줬다. 일방적으로 한 나라에 유리한 무역협정이 돼서는 안된다는 의미다. 지난해 일본은 미국과의 무역에서 689억 달러(약 78조8400억 원)의 흑자를 냈다. 독일을 제치고 중국에 이어 2위로 올라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TPP등 다자간 자유무역협정(FTA)을 끝내고 양자간 무역협정을 추진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에 대해서도 재협상하거나 결과가 좋지 않으면 탈퇴하겠다고 약속했다. 일본과의 무역협정, NAFTA 재협상 과정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염두에 두고 있는 협상 구상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그 결과는 한미 FTA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두 정상은 이 날 정상회담 후 양자간 무역협정 추진 외에 △핵과 재래식 전력을 통한 미국의 확고한 일본 방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의 미국의 영향력 강화 △센카쿠열도(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의 미·일 안전보장조약 제5조 적용대상 확인 △미·일 동맹에서 일본의 책무 확대 등의 내용을 담은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양 국은 (남중국해) ‘항행의 자유’와 우선 순위가 ‘매우 매우’ 높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 대처를 포함해 많은 공통의 관심사를 갖고 있다”면서 “일본은 아태지역 역내 평화와 안정을 위한 ‘코너스톤’(cornerstone)”이라고 표현했다.

워싱턴=박수진 특파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