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측근 왕치산의 장쑤성 방문 목적 "장쑤방 여독(餘毒) 제거"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이번엔 '장쑤방(江蘇幇·장쑤성 출신 정·재계 인맥)' 척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미국에 서버를 둔 중화권 매체 둬웨이(多維)가 8일 보도했다.

둬웨이는 시 주석의 부패척결 사령탑인 왕치산(王岐山·68) 공산당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의 특정지역 방문 행보가 부패의 실마리를 찾아 근절하는 데 초점을 맞춰와 중국 정가의 풍향계로 작용해왔다면서, 이달 5∼6일 장쑤(江蘇)성 전장(鎭江)시에서의 조사연구 및 좌담회는 장쑤방 잔당 제거를 겨냥했다고 전했다.

장쑤성은 장쩌민(江澤民) 전 국가주석의 고향으로, 장쑤성 인맥을 일컬어 장쑤방이라고 하는데 이들 대부분이 장 전 주석의 지지세력으로 여겨져 왔다.

특히 시 주석이 지난 10월 제18기 중앙위원회 제6차 전체회의(18기 6중전회)에서 당 '핵심' 지위를 부여받은 이후 장쩌민 세력을 겨냥한 공세를 본격화해 관심이 쏠린다.

둬웨이는 왕치산 서기의 장쑤성 방문 목적은 첫 번째로 '장쑤방 여독'을 철저하게 제거하고, 부패 사건이 유독 많았던 장쑤성 관가를 개혁하며, '내부의 적'을 확실하게 척결해 기율을 세우는 데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 언론매체들의 보도를 보면 시 주석 집권 이후 몇 년 새 장쑤방 세력의 낙마가 많았다.

우선 최고지도자급으로 분류됐던 저우융캉(周永康) 전 정치국 상무위원 겸 중앙정법위원회 서기가 희대의 부정부패 죄로 구속 수감된 데 이어 양웨이저(楊衛澤) 난징(南京) 당서기, 지젠예(季建業) 전 난징 시장, 추허(仇和) 윈난(雲南)성 부서기 등이 제거됐다.

특히 18기 6중전회 직전에는 랴오닝(遼寧)성 인민대표대회(인대) 대표들이 부정선거에 연루됐다는 이유로 장쩌민 전 국가주석의 처조카인 왕민(王珉) 전 랴오닝성 당서기가 숙청됐다.

장쩌민 전 국가주석은 2002년 제16차 당대회에서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에게 당 총서기와 국가주석직을 이양하고 그로부터 1년 6개월 후 당 중앙군사위 주석자리까지 넘겨주고 나서도 '상왕'으로 군림해왔다.

이런 때문에 공산당 내에선 이른바 장쩌민 세력인 장쑤성 출신 또는 장쑤성 공직 경력자들이 우대받았으나, 시 주석 집권 이후 상황이 변했다.

일각에서는 부정부패 척결 작업을 주도하는 왕치산 기율위 서기 방문을 계기로, 장쑤성 내에서 장쩌민세력 잔당 일소작업이 진행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 정가에서 장쑤방의 몰락과는 달리 시 주석의 저장(浙江)성 재임 당시 관료 인맥군인 '즈장신쥔(之江新軍)'이 뜬다.

대표적인 인물이 시진핑 저장성 서기 시절 성 선전부장을 맡았던 천민얼(陳敏爾) 구이저우(貴州)성 서기다.

저장성에서만 근무했던 '촌관'이었던 천민얼은 시 주석 집권 이후 승승장구해 구이저우성 서기 발탁에 이어 이번에는 차기 당 대회에서 상무위원 진입도 가능한 상하이(上海) 당서기로 거론되고 있다.

근래 시 주석 인맥인 류치(劉奇) 장시성 부서기는 장시성 성장으로, 리창(李强) 저장성 성장은 장쑤성 서기로, 러우양성(樓陽生·57) 산시(山西)성 부서기도 산시성 성장으로 승진했다.

그밖의 즈장신쥔으로 수궈쩡(舒國增) 중앙재경영도소조 판공실 부주임, 중사오쥔(鍾紹軍) 중앙군사위 판공청 부주임, 샤바오룽(夏寶龍) 저장성 서기, 천민얼(陳敏爾) 구이저우(貴州)성 서기, 바인차오루(巴音朝魯) 지린(吉林)성 서기, 잉융(應勇) 상하이시 부서기 등이 꼽히고 있다.

또, 지난달 30일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이 시 주석 주도로 사실상 장쩌민 전 국가주석을 겨냥해 퇴직 지도자는 집무실을 비워줘야 하고 기준을 초과해 관용차를 사용해서도 안 된다는 내용을 골자로 '특혜' 규정을 철폐하는 문건을 채택한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장쩌민 전 주석은 현직에서 물러나고서도 당 중앙군사위 주석 집무실을 10년 이상 사용했을뿐더러 여러 차례 당과 국가의 고위층을 거느리고 시찰을 다녀 물의를 빚은 바 있다.

시 주석이 이처럼 장쩌민세력 제거에 속도를 내는 것은 '임기 10년'을 넘어 장기집권을 염두에 둔 집권 플랜과 연관이 있어 보인다.

대규모 인적 개편이 이뤄질 내년 말 19차 당대회에서 왕치산 서기의 임기 연장과 더불어 그걸 바탕으로 2022년 제20차 당대회에서 시 주석 자신의 임기 연장을 노린 정계 개편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9차 당대회 개최에 앞서 중국에서는 현재 직접선거를 통한 현·향급 인민대표 선출이 이뤄지고 있고, 이어 이어 간접선거 방식으로 현·향급 인민대표들이 성(省)급 인대 대표들을, 그리고 성급 인민대표들이 다시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대표자들을 뽑는다.

2천200여명의 전인대 대표들은 당대회에서 공산당 중앙위원회 중앙위원과 후보위원을 뽑고, 이들 가운데서 25명의 정치국원이 선출된다.

아울러 이번 19차 당대회에서는 시 주석과 리커창(李克强) 총리를 빼고 왕치산 서기를 포함해 5명의 상무위원이 교체 대상이다.

이 자리에서 시 주석 세력이 우세하면 왕치산 서기의 유임을 결정할 수 있다.

그러나 중국 정계에서 장쩌민 전 국가주석이 장쑤방 이외에 상하이(上海幇)방을 바탕으로 여전히 권세를 누리고 있고, 후진타오(胡錦濤) 전 국가주석의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도 수세에 몰리긴 했으나 상당한 권력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시 주석을 향한 반격의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서울연합뉴스) 인교준 기자 kji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