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의 계절이 돌아왔다. 스웨덴에서 3일(현지시간 오전, 한국시간 오후) 생리의학상을 시작으로 4일 물리학상, 5일 화학상, 10일 경제학상에 이어 13일 마지막으로 문학상 수상자가 발표(평화상은 7일 노르웨이에서 발표)된다. 노벨상은 다이너마이트를 발명한 스웨덴 과학자 알프레드 노벨의 유언에 따라 제정된 상으로, 6개 분야에서 한 해 동안 가장 두드러진 업적을 낸 인물에게 수여한다.

지난달 30일 올해 노벨상 발표 일정이 공개된 뒤 일본에서는 3년 연속 일본인 노벨 과학상 수상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평화상에는 역대 최다인 376명이 후보 명단에 올라 뜨거운 각축전이 벌어지고 있다. 한국에선 고은 시인이 노벨 문학상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과학자 3명 유력 후보

일본의 역대 노벨상 수상자는 물리학상 11명과 화학상 7명, 생리의학상 3명, 문학상 2명, 평화상 1명 등 총 24명(미국 국적자 2명 포함)이다. 2000년대 들어 수상자가 쏟아져 나오면서 일본은 미국에 이어 역대 2위 수상 국가에 올랐다. 지난해에는 수상자 발표 첫날 생리의학상에 이어 둘째날 물리학상까지 가져가면서 일본 열도가 기쁨으로 들썩였다.

톰슨로이터가 최근 발표한 올해 노벨 과학상 후보 24명 가운데도 3명의 일본인 과학자가 포함됐다. 생리의학상 부문에서 혼조 다스쿠 교토대 교수는 암 면역치료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유력 후보로 꼽혔다. 마에다 히로시 소조대 특임교수와 마쓰무라 야스히로 국립암연구센터 신약개발부문장은 화학상 후보에 올랐다. 물리학에서는 미국 과학자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레이저간섭계중력파관측소(LIGO) 설립자인 로널드 드리버 캘리포니아공대 교수, 라이너 바이스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 등이 후보에 올랐다.

2002년부터 노벨상 예상 후보를 발표한 톰슨로이터는 지난해까지 39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맞혔다. 톰슨로이터의 올해 수상자 예상 명단에 한국인 후보는 없다. 다만 김빛내리 서울대 석좌교수는 생리의학상에, 유룡 KAIST 교수 등은 화학상 수상권에 근접한 과학자로 꼽힌다.

평화상 역대 최다 후보 경쟁

올해 노벨 평화상은 역대 최다 후보가 경쟁하는 데다 쟁쟁한 후보들이 올라 관심이 뜨겁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올해 평화상에는 개인 228명과 단체 148개 등 376명이 후보로 추천받았다. 지구온난화 대응에 합의한 파리기후협정과 시리아 내전의 참상을 드러내며 활동 중인 ‘하얀 헬멧’, 52년 내전을 끝낸 콜롬비아 평화협정의 주역 등이 유력 후보에 올랐다.

지난해 말 타결된 파리기후협정은 온난화를 막기 위해 전 세계가 온실가스 감축에 합의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협정 협상을 지원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수상 가능성도 거론된다. 하얀 헬멧을 쓰고 활동하는 시리아 민방위대 ‘하얀 헬멧’은 인명 구조를 통해 5년간 이어진 시리아 내전의 참상을 세계에 알렸다. 이미 올해 ‘대안 노벨상’으로 불리는 ‘바른생활상(Right Livelihood Award)’을 받았다.

문학상 단골 후보 무라카미

경제학상에는 거시경제 부문의 올리비에 블랑샤르 MIT 교수와 ‘인사경제학’이라는 독창적인 분야 발전에 기여한 에드워드 러지어 스탠퍼드대 교수, 국제무역 부문의 마크 멜리츠 하버드대 교수 등이 후보로 꼽힌다.

문학상에서는 일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유력한 가운데 시리아의 시인 알리 아마드 사이드 에스베르(필명 아도니스)가 급부상했다. 지난 1일(현지시간) 영국의 온라인 도박사이트 래드브록스는 배당률 5 대 1로 무라카미를 수상 후보 1위에 올렸다. 아도니스는 종전 2위인 케냐 소설가 응구기 와 시옹오와 3위 미국 작가 필립 로스를 제치고 2위로 도약했다. 무라카미와 아도니스는 수년간 노벨 문학상 후보로 거론되긴 했지만 수상의 길목에서 탈락했다. 고은 시인은 지난달 중순만 해도 배당률 33 대 1로 11위였다가 13위로 떨어졌다.

도쿄=서정환 특파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