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北, 금지품목 이름 바꿔 수출하기도"

북한과 중국 사이에 정상교역과 밀무역이 모두 살아나는 것으로 알려져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공조 체제가 흔들리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14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최근 중국 소식통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중국 지방정부 세관 공무원들은 대북제재 규정을 철저히 지킨다고는 말하지만, 분위기가 완화된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고 밝혔다.

임 교수는 "대북제재 초기 관망하던 중국측 업자들이 우리나라의 사드(THAAD) 배치 결정 이후 한중간에 공조가 약해지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자 (북한과 무역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조봉현 IBK경제연구소 부소장도 "최근 들어 중국의 통관이 느슨해졌으며, 북한이 수출금지 품목을 이름만 바꿔서 중국으로 수출하는 경우 눈 감아 주기도 한다는 얘기를 중국 쪽으로부터 들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의 이런 주장은 중국이 공개한 무역액 통계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중국 해관총서가 지난 8일 공개한 국가별 월 무역액 통계에 따르면 북한과 중국의 6월 무역총액은 5억377만 달러로 작년 같은 달 4억6천42만 달러보다 9.4% 증가했다.

북·중 교역액이 대북제재 3개월 만에 다시 증가세로 반전한 것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 2270호 시행 초기인 지난 3월 중국이 북한과 접경지역 밀무역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에 나섰다는 보도가 나왔지만 최근 들어서는 북·중간 밀무역도 활발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임 교수는 "얼마 전부터 자정부터 아침 8시 사이에 북·중간을 오가는 차량이 늘었다는데, 중국 해관(세관)의 운영시간을 생각한다면 이 시간대 밀무역 성격의 거래가 많다고 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도 지난 10일 중국 랴오닝(遼寧)성 단둥(丹東)시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낮에는 중국이 대북제재를 시행하는 것처럼 조용하다가 밤 8시(한국시간 오후 9시)만 되면 북한에 들어가려는 차량이 긴 행렬을 이루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 소식통은 "얼마 전까지 북한으로 들어가는 화물차량의 통관은 1주일에 이틀만 가능했지만, 요즘은 매일 통관을 시켜주고 있는 실정"이라며 "두 달 전만 해도 하루에 10여 대에 불과하던 통관차량이 요즘엔 20여 대로 늘어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를 무력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북한으로 들어가는 화물차는 모두 컨테이너 차량이며, 건설자재라고 신고된 운송물품에는 쌀과 특수용접봉, 상수도관, 창유리, 타일, 시멘트 등 북한이 '제재 무용론'을 선전하는 수단인 려명거리 건설에 필요한 물자들이 실려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부터 시작된 중국인 대상 북한 신의주 반나절 관광이 인기를 끄는 등 북·중간 관광이 활기를 띠는 것도 대북제재의 영향이 퇴색되고 있는 징표라는 분석도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봉석 기자 anfour@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