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부 감염시 소두증 외에 태아 사망·성장지연·중추신경계 손상 등도 나타나"
"남성에서 여성에게 전파…지카의 소두증·길랭-바레증후군 유발 증거 늘어"

세계보건기구(WHO)가 성관계에 의한 지카 바이러스 전파 사례가 예상보다 많다면서 임신부들이 위험지역을 다녀온 상대와의 성접촉에 주의해야 한다고 8일(현지시간) 밝혔다.

WHO는 이날 지카 바이러스 유행과 관련해 소집된 제2차 긴급위원회에서 성관계 전파와 관련한 전문가들 의견에 따라 이같이 권고했다고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마거릿 챈 WHO 사무총장은 "몇몇 지카 발생 국가들의 보고와 조사연구 결과 성관계에 의한 지카 바이러스 전파가 이전에 추정했던 것보다 더 흔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임신한 여성들은 상대가 지카 바이러스 유행 지역에 다녀온 적이 있으면 임신 기간 성접촉을 삼가거나 안전하게 관계를 해야 한다고 WHO는 권고했다.

브루스 에일워드 WHO 사무차장은 이와 관련, 성접촉에 의한 전파 사례는 모두 남성 감염자가 여성에게 옮긴 것이었으며 그 반대의 경우는 아직 보고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에일워드 사무차장은 "아직은 모기가 지카 바이러스의 주요 매개체이며 성접촉이 주된 전파 경로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WHO는 또 지카 바이러스가 소두증과 길랭-바레 증후군 유발 요인이라는 증거가 늘어나고 있으며, 지카가 신생아들에게 소두증 이외에도 여러 심각한 증세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챈 사무총장은 "지난 2월 열린 지카 관련 첫 긴급위원회 이후 새로운 연구가 상당히 진전돼 지카 감염과 소두증 및 길랭-바레 증후군 간의 연관관계가 강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챈 사무총장은 이어 "신생아 소두증은 산모의 지카 바이러스 감염으로 발생할 수 있는 선천적 기형 가운데 한가지 사례일 뿐"이라며 "태아 사망이나 태아 성장지연, 중추신경계 손상, 태반 기능부전과 같은 심각한 결과도 나타날 수 있다"고 전했다.

그는 특히 지카와 태아 기형과의 연관관계와 관련 "양수에서 지카 바이러스가 발견됐는데 이는 바이러스가 태반장벽을 지나쳐 태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증거"라면서 "지카 바이러스는 태아 발달단계에서 뇌 조직이나 뇌간에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WHO는 현재 남미와 카리브해 지역을 중심으로 모두 31개국에서 국내 감염 사례가 보고됐고 외국에서 감염된 사례는 세계 모든 지역에서 나타났다면서 각국 당국에 더욱 적극적이고 강한 대응을 주문했다.

챈 사무총장은 그러면서 "공중보건 차원에서 강력히 조치하기를 권한다.

(지카 바이러스와 의심 질병 간의 연관관계에 대해) 우리가 최종적인 증거를 확보할 때까지 기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WHO는 긴급위원회 권고에 따라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를 계속 유지하기로 했다.

WHO는 또 지카 바이러스와 이들 증세의 상관관계에 대한 연구를 강화하고 관련 정보를 전체 회원국이 공유하며 새 진단법과 치료법, 백신 개발을 위한 노력을 배가하라는 위원회 권고를 충실히 이행하겠다고 덧붙였다.

(서울·제네바연합뉴스) 류현성 특파원 권수현 기자 rhew@yna.co.kr, inishmor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