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포항제철소 고로에서 한 직원이 쇳물을 뽑아내고 있다. 포스코 제공
포스코 포항제철소 고로에서 한 직원이 쇳물을 뽑아내고 있다. 포스코 제공
철강업계는 대(對)이란 제재 해제를 업황 부진 극복의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란은 중동 제1의 제조업 국가이자 자원부국인 만큼 경제 제재가 풀리면 철강 시장도 활짝 열릴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란의 철강 산업은 빠르게 성장하는 분야 중 하나다. 연 1400만t의 조강 생산 능력을 갖췄고, 소비량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란은 지금까지 철근 생산 부족으로 전체 수요의 50%를 수입에 의존했다. 특히 자동차 생산에 필요한 강판 등 주요 부품을 수입하고 있다. 한국 철강업계는 2012년 이란 시장에서 점유율 24.3%를 차지하며 1위를 기록했지만 이듬해 철강 분야 제재가 시작되면서 아랍에미리트, 중국에 밀려 점유율 3위(15.7%)로 내려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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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의 건설·플랜트 발주 시장이 살아나면 건축물이나 플랜트의 뼈대가 되는 H형강의 수출 물량도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H형강을 생산하는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주요 철강사의 매출 증대가 기대된다. 현대제철은 2011년 이전 연간 10만t 이상의 철강을 이란에 수출했으나 2013년부터 거래가 거의 없었다. 동국제강도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2011년부터 이란에 수출하지 않고 연간 수출 물량 대부분을 동남아 쪽에 집중했다.

포스코는 자체 개발한 고효율·친환경 제철공법인 ‘파이넥스’ 수출에 집중할 전망이다. 지난해 말 이란 정부는 포스코에 파이넥스 공법을 수입하겠다는 의사를 전했다. 포스코는 그 뒤 기술 수출 가능성과 합작회사 설립 등 사업 여건을 살폈지만 경제 제재가 걸림돌이었다. 포스코의 파이넥스 수출이 가시화되면 다른 중동 국가로까지 사업영역을 넓힐 수 있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2014년 기준 대(對)이란 한국산 철강 수출 품목을 보면 열연강판 비중이 38%로 가장 높고, 냉연강판 21%, 아연도강판 5% 순이다. 품목으로는 후판과 강관 수출 비중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철강업계는 이란의 사회간접자본(SOC) 투자가 본격적으로 이뤄질 시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란의 철강 수요가 전 세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13년을 기준으로 1%를 간신히 넘기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란이 경제 제재에 따른 재정 악화로 수년간 제대로 투자를 집행하지 못해 인프라, 산업생산 설비 등 개발 수요가 증가할 것은 분명하지만 본격적인 수혜를 입으려면 SOC 투자 밑그림이 확실히 나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