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데타 반대시위 확산 조짐에 유혈진압 우려도 제기

태국 군부가 지난 22일 감행한 쿠데타에 대한 푸미폰 아둔야뎃 국왕의 추인은 이미 예견된 수순이라는 게 태국 정치 분석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군부는 왕실의 수호자로 자처하고 있을 뿐 아니라, 쿠데타 주역인 프라윳 찬-오차 육군참모총장에 대한 국왕의 신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지는 등 군부와 왕실의 관계가 긴밀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정계와 국민 대부분은 푸미폰 국왕의 쿠데타 추인을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군부는 푸미폰 국왕의 추인을 받음으로써 쿠데타의 정당성을 확보했다고 믿고 있다.

푸미폰 국왕은 국민으로부터 살아있는 부처로 통할 만큼 큰 존경을 받고 있어 국왕의 추인 여부는 국민이 쿠데타를 수용하느냐 여부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되고 있다.

또 푸미폰 국왕이 추인을 거부하면 국왕이 실질적인 통치 권한이 없더라도 군부가 물러나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실제 지난 1992년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수친다 크라프라윤 당시 총리는 국왕의 추인을 받지 못해 결국 해외 망명길에 올라야 했다.

그러나 1932년 입헌군주제가 도입된 후 지금까지 19차례 발생한 군부 쿠데타 중 국왕이 추인하지 않은 사례는 많지 않다.

이 때문에 군부는 왕실을 지키고, 왕실은 군부 쿠데타를 용인하는 공생 관계가 유지되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1927년생인 푸미폰 국왕은 세계 최장수 군주 중 한 명이며, 통치권자가 아니라 상징적인 군주임에도 저소득 국민을 위한 복지, 개발 사업을 많이 펴 국민으로부터 절대적인 신임을 받고 있다.

그러나 국왕의 승인이 쿠데타에 대한 반대 여론을 잠재울지는 미지수다.

방콕 시내에서는 쿠데타가 발생한 이튿날부터 사흘 연속 반대 시위가 벌어졌으며, 25일에는 곳곳에서 열린 시위에 참여한 시민이 1천~2천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됐다.

삼엄한 계엄령 속에서도 쿠데타에 반대하는 시위 규모가 커질 조짐을 보이자 군부의 유혈 진압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방콕연합뉴스) 현경숙 특파원 ks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