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대북 양자협상방식 고집 힘들 것" 전망

취임 초부터 북한의 3차 핵실험이라는 암초를 만난 존 케리 신임 미국 국무장관이 과연 '솔로몬의 해법'을 찾을 수 있을까.

케리 장관이 초읽기에 들어간 북한의 3차 핵실험 문제에 대해 직접 언급한 것은 취임 직후인 3일(현지시간)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무상과 전화통화에서 한 발언이 전부다.

이들 3국 장관은 "북한이 도발적인 행동을 계속할 경우 국제사회의 중대 조치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는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케리 장관이 어떤 대북 정책을 취할 것인지는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한반도 전문가들은 북측의 노련한 전술에 휘말려 협상 타결의 대가로 이득만 내주고 이내 배신을 당해온 오랜 전철을 더는 밟지 않기 위해서는 케리 장관이 북에 구체적인 위협을 가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핵확산방지 전문가인 제임스 액턴 카네기 국제평화재단 선임연구원은 4일 유에스에이(USA) 투데이와 인터뷰에서 "백악관 내부에서는 북한과 협상했다가 또 배신당하는 일을 되풀이하는 것을 꺼리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오바마 대통령은 케리를 국무장관에 지명하면서 그가 포용정책에 더 관심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면서 "하지만 역대 대통령은 집권 2기가 되면 좀 더 리스크가 큰 일을 해보려는 경향을 보여 왔다"며 오바마 2기 정부가 어떤 대북 해법을 제시할지에 큰 관심을 내보였다.

알려진 대로 케리 장관은 미국에 의한 일방주의를 배격해온 적극적 대화파로 분류되는 인물이다.

상원의원 시절 북핵 문제와 관련, 대화를 통한 외교적 해결을 강조해왔다.

특히 2004년 대선 출마 당시 "필요하면 북한과 양자회담을 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당시로선 금기에 가까운 발언이었다.

또 지난 2011년 로스앤젤레스(LA) 타임스에 기고한 글에서 "미국 입장에서 북한은 괴로운 선택만이 가능한 나라지만 그래도 직접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처럼 케리는 대북 직접 대화론자이지만 북한의 3차 핵실험을 앞둔 상황에서도 이런 입장을 고수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제시됐다고 유에스에이 투데이는 전했다.

북한이 핵실험 카드로 미국과 국제사회의 안전을 위협한다면 케리도 대화와 협상 카드를 당분간 접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과 맥을 같이하는 분석이다.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담당 국장을 지낸 빅터 차 조지타운대 교수는 "한미일 3국이 가능한 한 최대 수준의 제재를 모색할 것이라는 뜻을 모호성 없이 아주 명확하게 밝히는 게 중요하다"며 케리의 원칙 있는 '강경' 자세를 주문했다.

그는 "미국과 동맹국들이 단기간 내에 북한의 태도를 바꿀 수 있을 것으로 보지 않는다"면서 "가장 좋은 방법은 중국이 북한에 경고하도록 설득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중국내 북한의 무역을 봉쇄하거나 식량과 기름 공급을 보류하도록 설득할 것을 제안했다.

액턴 선임연구원은 아예 "북한의 핵프로그램을 중단시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국방부 정보분석가였고 지금은 미 육군전쟁대학 교수로 있는 브루스 베취톨은 "북한의 태도를 바꾸는 게 미국에만 달려있는 게 아니다"면서 "오바마 대통령이 케리에게 내려줄 지침은 한국과 긴밀히 협의하면서 북핵 문제를 풀어나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한미공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시절과 비교할 때 앞으로도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며 "대통령이 바뀌지 않았고, 오바마 대통령의 목표가 한국 대통령과 관계를 긴밀히 유지하는 것일 게 분명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협상파인 케리 장관이 3일 레이건 공화당 정부의 강경파 국무장관이었던 조지 슐츠와 오찬을 한 것은 이런 저간의 분위기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여 북한 핵실험을 전후해 어떤 해법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서울=연합뉴스) cbr@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