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겨울…베이징에선 물이 얼고 상하이선 사람이 언다
중국의 겨울…베이징에선 물이 얼고 상하이선 사람이 언다
중국의 겨울엔 북쪽의 베이징과 남쪽의 상하이 중 어디가 더 추울까. 북쪽의 베이징이 당연히 더 춥지만,상하이라고 답을 해도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다. 중국의 겨울은 난방이 공급되는 곳과 그렇지 못한 곳으로 나뉜다. 중국정부는 석탄이나 가스를 때서 일괄적으로 열을 공급한다. 동쪽 장쑤성의 화이허강과 서부의 쓰촨성 친링산맥을 잇는 1000㎞의 선이 경계다. 그래서 상하이 난징 항저우 등 남방지역의 집은 보일러 같은 난방시설이 없다. 그래서 겨울에도 얼음장 같은 방바닥에서 지내야 한다. 상하이에 사는 교민 김근수 씨(48)는 "한겨울에 몰아치는 차가운 바다 바람은 만주벌판의 칼바람에 버금간다"고 말한다.

반면 베이징 톈진 같은 북방지역은 한겨울보다도 10월 하순부터 11월 중순까지가 어쩌면 최고 혹한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1월15일 이후엔 정부가 열을 공급해주기 때문에 집안이 따뜻해지지만 이 시기엔 집안의 냉기를 참아야 한다. 그래서 11월 초 중국 북쪽지역에선 집집마다 전기장판을 틀어놓고 온가족이 그 위에 몰려 있는 풍경이 연출되곤 한다.

◆북방의 혹한기는 11월 초

중국의 겨울…베이징에선 물이 얼고 상하이선 사람이 언다
베이징의 11월 초 일(日) 최저기온은 평균 2~6도.영상이지만 바람이 많이 불기 때문에 쌀쌀하다. 집의 바닥은 대부분 대리석이나 타일로 만들어져 있어 한기가 올라온다. 10월 말이 되면 내복을 입고,집안에서도 두툼한 슬리퍼를 신는 것은 겨울공식이다. 정부가 운영하는 집중공열(集中供熱)시스템이 가동돼서 각 가정에 열을 공급하는 11월15일까지 추위와의 전쟁은 이어진다.

집중공열 시스템은 각 도시의 지역별로 거대한 보일러가 가동되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 지난 7일 베이징시 차오양(朝陽)구에 있는 베이징러리(北京熱力)그룹의 굴뚝엔 연기가 하얗게 피어올랐다. 집중공열시스템이 시험가동된 것이다.

중국의 북방지역은 도시마다 이 같은 중앙공급식 난방시스템을 채택하고 있다. 그러나 열이 공급되는 날은 지역마다 다르다. 예를 들어 베이징 톈진(天津) 허베이성(河北省) 산시성(陝西省) 산둥성(山東省) 등은 11월15일에 시작해 다음해 3월15일까지 난방을 한다. 베이징보다 훨씬 추운 신장위구르자치구와 네이멍구(內蒙古) 헤이룽장성(黑龍江省) 등은 10월 중순부터 불을 때고 그 다음해 4월 중순까지 난방을 공급한다. 지린성(吉林省) 랴오닝성(遼寧省) 닝샤(寧夏)자치구 등은 이미 지난 1일부터 열이 배급되기 시작했다. 남방인들은 이런 북방의 난방시스템에 대해 "북방의 겨울은 봄처럼 따뜻하다"며 부러워한다,

◆물이 아닌 사람이 얼어붙는 남방

중국의 겨울…베이징에선 물이 얼고 상하이선 사람이 언다
2008년 1월 중국 남부지방에 폭설이 내렸다. 대부분 지역의 기온이 영하로 떨어졌다. 다음해인 2009년 1월 기습한파가 몰아쳐 상하이의 수은주가 영하 8도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시민들은 집에서 가족끼리 껴안고 추위에 오들오들 떨어야했다. 집에 난방시스템이 없어 전기장판 전기난로 온풍기 등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중국 주택에 난방시스템을 설치하느냐 마느냐는 남북분계선이 기준이 돼 왔다. 이 분계선은 100여년 전인 1908년에 처음 등장했다. 당시 중국지리학회는 친링산맥과 화이허강을 이은 1000㎞의 선을 중국의 남방과 북방을 구분하는 분계선으로 정했다. 1월 평균기온 0도 등온선과 겹친다. 화이허 북쪽이 아열대-반(半)습윤-온대계절풍 기후이고,남쪽이 난열대-습윤-아열대계절풍 기후로 구분된다. 이 분계선은 1953년에 중국 정부가 중앙집중식 난방제도를 도입할 때 기준으로 활용됐다. 당시 기상학자들은 "친링산맥이 남북의 차고 따뜻한 공기를 차단하는 역할을 하고 남방에는 영상 5도 이하의 날이 90일을 넘지 않는다"며 "난방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견을 냈다. 이 의견은 그대로 건설부 규정으로 채택됐다.

그러나 남방주민들의 불만은 해마다 커지고 있다. 겨울철 대부분 기온이 영상인 것은 맞지만 체감온도는 훨씬 낮다. 예를 들어 상하이의 경우 1~2월의 평균기온은 영상 5~6도다. 그러나 이 지역의 습도는 60~70%나 된다. 습도가 10% 올라가면 체감온도는 1도 떨어진다. 상하이의 체감온도는 한 겨울에 평균 영하1도 안팎이 되는 셈이다. 남방지역에서는 전기장판 전기난로 내복 등 난방보조 상품들이 필수품이 됐다.

◆난방도 빈부격차

중국의 집중공열시스템은 획일적이고 일방적이다. 난방을 공급받는 가정은 온도조절도 할 수 없다. 난방을 차단하거나 그대로 두거나 둘 중의 하나다. 난방비도 소득수준과 관계없이 ㎡당 가격은 똑같다. 중국은 난방시스템도 공산당식이라는 조롱이 나오는 이유다.

난방문제는 빈부격차의 상징이기도 하다. 남방지역에서는 요즘 온돌과 보일러 설비를 갖춘 주택들이 크게 늘고 있다. 대부분 고급주택들이다. 비용은 만만치 않다. 상하이 35평 아파트에 사는 교민 정준규 씨는 "한겨울에는 1개월에 2000위안(35만원) 정도 난방비가 든다"고 말했다. 베이징에서는 같은 크기 아파트의 4개월치 난방비가 3000위안(53만원) 정도 된다. 정부가 중앙 난방에 대해서는 보조를 해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난한 남방 주민들은 우리에게도 난방보조비를 달라고 아우성이다.

반면 북방에서는 돈이 없어 난방을 아예 포기하는 가정이 늘고 있다. 베이징의 한 주민은 "난방을 차단해도 옆집이 난방이 되기 때문에 실내온도가 영상 14~15도 정도는 된다"고 말했다. 난방공사협회에서는"난방 중단 가정이 늘면 원가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난방중단 가정도 기본 요금은 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래저래 중국의 난방시스템은 대수술이 필요한 상황이다.

베이징=김태완 특파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