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은 시진핑 중국 국가 부주석의 '파워 행보'가 한국 정계와 재계를 달군 하루였다.

시진핑 부주석은 이날 오전 8시 청와대에서 1시간15분 동안 이명박 대통령과 접견 및 조찬간담회를 가졌다. 이어 국회를 방문,김형오 국회의장을 비롯해 여야의원과 환담했다. 점심에는 경제 4단체장과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 등 주요 그룹 총수들과 오찬을 겸한 간담회도 열렸다. 오후에는 정운찬 국무총리와 1시간 정도 회담을 했다. 정치권 인사들은 "10시간여 만에 한국의 정계와 재계의 최고 핵심인사를 모두 만났다"면서 "어느 나라의 대통령도 이런 스케줄을 잡기 어려울 것"이라고 '특급대우'에 혀를 내둘렀다.

◆청와대의 국빈급 대우

시 부주석은 공식적으로 중국 권력서열 6위지만 후진타오 주석의 뒤를 잇는 유력한 차기지도자로 부상하고 있다. 청와대가 극진히 예우한 것도 이런 정치적 위상이 작용했다. 청와대가 경호를 직접 맡는 것은 물론 이 대통령의 측근인 류우익 주중대사로 하여금 '밀착수행'토록 한 점이나 이 대통령이 이날 오전 덴마크 코펜하겐으로 떠나기 직전 시간을 내 시 부주석을 접견한 것은 국빈급 예우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이에 시 부주석도 "출국 직전에 귀한 시간을 내주신 것은 우리의 이번 방문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을 보여준다"며 거듭 사례했다.

이 대통령은 접견에서 "북한과는 과거와는 다른 진지한 자세로 대화하자는 게 내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에 시 부주석은 "북핵문제를 해결하는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며 공감을 표시했다. 이 대통령과 시 부주석은 한 · 중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위한 '산 · 관 · 학(재계 정부 학계) 공동연구'를 조속히 마무리하고 한 · 중 FTA 체결을 위한 공동연구의 진전을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 또 내년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성공을 위해 긴밀히 협력키로 했다.

'재계총수 총집합'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 다이너스티홀 2층에는 이날 오전 11시20분부터 재계의 거물급 인사들이 속속 모여들기 시작했다. 시 부주석의 특별강연을 듣기 위해서다. 사공일 무역협회장,조석래 전경련 회장,손경식 대한상의회장, 송재희 중소기업중앙회 부회장 등 경제 4단체장이 참석했다. 또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최지성 삼성전자 사장,현정은 현대그룹 회장,나완배 GS칼텍스 사장,이종희 대한항공 사장,강덕수STX 회장,허진규 일진그룹 회장,구본준 LG상사 부회장 등도 자리에 함께 했다. 행사는 2시간 동안 진행됐다.

시 부주석은 그룹 회장을 대상으로 한 특별강연에서 "중 · 한 경제는 어려울수록 소통과 조율을 강화해 무역관계를 발전시켜야 한다"면서 "더 많은 한국 기업이 중국의 중서부 및 동북 지역 인프라 투자에 참여하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 기업이 한국에 더욱 많은 투자를 하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며 "한국 정부가 한국에 진출하는 중국 기업에 우호적인 투자환경을 제공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장진모/박동휘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