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하는 녹고, 땅은 솟아오르고."

지구온난화는 해수면 상승으로 해안 도시들이 위협받는 모습을 생각나게 하지만 미국 알래스카 남부의 주노(Juneau)시에서는 반대의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18일 빙하가 녹으면서 수 십억톤의 빙하 무게에 눌려있던 땅이 솟아 올라 해변이 멀리 물러나 새로운 땅이 생기고 물길은 막히는 변화가 나타나는 주노의 모습을 통해 지구온난화의 문제를 소개했다.

빙하가 녹은 곳의 땅이 솟아오르는 것은 사람이 소파에 앉아있다 일어나면 쿠션 작용으로 원상태가 회복되는 것과 마찬가지 원리다.

1998년 이곳의 글레이셔 베이에 9홀짜리 골프장을 연 모건 드보어씨는 땅이 솟아나 만조시에도 물이 들어오지 않는 땅이 생김에 따라 골프장에 9홀을 더 만드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지금 골프장이 있는 땅도 그의 가족이 50년전 이곳에 처음 정착했을 때는 물밑에 있었지만 수면 위로 올라와 골프장을 지을 수 있었다.

그는 "땅이 계속 솟아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알래스카에서 땅이 솟아오르는 속도는 워낙 빨라 해수면 상승이 이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그 결과 주노시의 전문가 위원회가 2007년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지표면과 비교한 해수면은 기록적으로 떨어지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빙하가 녹는 것이 200년 넘게 진행되면서 이런 현상은 그린란드 등 다른 곳에서도 벌어지고 있지만 1년에 빙하가 10m 가량씩 후퇴하는 주노에서 가장 두드러지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다.

이로 인해 주노 지역은 독특한 환경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해수면이 떨어지면서 물길과 습지가 마르게 되고 땅이 솟아올라 토지의 경계를 변하게 하면서 주민들 간에 누가 땅 주인인지, 새로 생긴 땅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 분쟁을 일으키고 있다.

또 빙하가 녹은 물이 침전물을 수로에 쌓이게 하면서 배가 다니지 못하게 되고도 있다.

주노시와 더글러스섬 사이 수로의 상당 부분에서는 썰물 때는 진흙땅이 노출돼 사람들이 건너다닐 수 있게 됐다.

알래스카 사우스이스트대학의 수문학자인 에런 후드씨는 "더글러스 섬이 결국에는 육지와 연결될 것"이라면서 "주노 인근을 돌아다니면 예전에 물밑에 있던 땅이 초지로 바뀌고 이어 숲이 되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문은 주노시의 지표면이 200년 이상 3m 가량 솟아올랐다면서 지구온난화의 가속화로 인해 2010년께에는 추가로 0.9m 이상 높아질 것이라고 과학자들은 말하고 있다고 전했다.

(뉴욕연합뉴스) 김현준 특파원 ju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