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학교 총기사건의 대명사로 꼽히는 `컬럼바인고교 총기난사' 사건이 20일로 10주년을 맞는다.

미국 abc 등 주요 방송들은 19일 콜로라다 주 리틀턴 외곽에 자리 잡은 컬럼바인고교 현지 보도를 통해 당시 사건 생존자들의 회고담을 전하는 등 이 사건 10주년을 비중있게 보도했다.

1999년 4월 20일 당시 이 학교 3학년생인 에릭 해리스와 딜런 클레볼드는 교내에서 총을 무차별로 발사해 학생 12명과 교사 1명을 숨지게 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 사건으로 당시 재학생들과 희생자 가족들이 입은 정신적 충격과 고통은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고 리틀턴 지역사회도 그날의 악몽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언론 매체들이 전했다.

당시 딸 로렌 타운젠트를 잃었던 던 애나는 CBS 방송과 인터뷰에서 "내 가슴에 난 구멍은 그때 만큼이나 여전히 크다.

로렌을 잃은 슬픔은 하나도 가시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생존자들은 끔찍한 기억을 담은 책을 썼고, 일부는 그동안 세계 곳곳의 학교를 찾아다니며 학교 총기사건의 참상을 전하면서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일을 하고 있다.

마이클 무어 감독은 이 사건을 주제로 한 `볼링 포 컬럼바인'이란 다큐멘터리영화로 지난 2002년 아카데미상을 받기도 했다.

총기 휴대가 허용된 미국에서는 이 사건을 계기로 총기 규제를 둘러싼 격렬한 논쟁이 시작됐으나 규제에는 번번이 실패했다.

이에 따라 지난 2007년 버지니아텍 총기 난사로 32명이 숨지는 등 끔찍한 총기사건이 계속되고 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총기 규제 방침을 밝혔으나 여전히 이에 반대하는 여론이 높은 상황이고, 오히려 총기규제에 앞서 총기를 사려는 사람들이 줄을 잇고 있다.

10주년을 기념하는 추모행사는 이날 밤 컬럼바인고교 인근 클레멘트공원에 있는 희생자 추모관에서 밤샘 촛불추모 행사로 시작됐다.

공식 추모식은 20일 오후 5시 클레멘트 공원 원형극장에서 당시 재학생들과 희생자 가족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다.

빌 리터 콜로라도 주지사는 10주년 추모일에 맞춰 모든 관공서에 일제히 조기를 게양할 것을 지시했다.

그는 성명을 통해 "이 비극적인 사건의 교훈을 시간이 간다고 해서 잊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컬럼바인 고교는 이 사건 이후 매년 기념일이면 그랬듯이 10주년 기념일에도 하루 문을 닫는다.

프랭크 디앤절리스 교장은 사건 당시 유치원에 다니던 학생까지 모두 고교를 졸업할 때까지 교장으로 남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최재석 특파원 bond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