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 제약회사들의 주요 임상시험국인 인도에서 신약 임상시험 도중 유아 49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져 의료 윤리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인도 엘리트 의과대학이자 빈민층 전문 병원인 델리 소재 전인도의학연구소(AIIMS)에서 지난 30개월 동안 신약 임상시험 과정에서 유아 49명이 사망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영국 일간 더 타임스가 20일 전했다.

이 병원은 2006년 1월 이래 42건의 신약 임상시험을 위해 4천142명의 유아를 동원했으며, 이 가운데 2천728명은 1세 미만 신생아였다.

그러나 인도인들은 임상시험에 1세 미만 신생아까지 동원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고 있으며, 의료진이 돈벌이에 혈안이 돼 의료 윤리를 망각한 채 마구 임상시험을 하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인도 집권 연정을 이끄는 의회당의 대변인 마니시 티와리는 "신약 임상시험을 위해 유아를 모르모트처럼 사용하는 관행은 사라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보건단체들도 AIIMS 같은 정부 지원 병원을 이용하는 가난한 사람들은 대부분 문맹이고, 신약 임상시험이 내포한 위험성을 잘 모른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AIIMS 대변인은 아직 신약과 위약을 복용한 아기들이 각각 몇 명 사망했는지 확인되지 않았고, "임상시험 대상 아기들은 대부분 매우 아픈 상태였다"며 부모에게 임상시험에 따른 혜택과 위험성에 대해 충분히 알려줬다고 반박했다.

다양한 유전자를 보유한 많은 인구와 저렴한 임상시험 비용 때문에 최근 인도는 다국적 제약회사들이 임상시험을 아웃소싱하는 첫 번째 국가가 됐다.

현재 인도에서 진행 중인 임상시험은 400건에 달하며, 지난해에만 139건의 임상시험이 새로 시작됐다.

인도의 임상시험 시장은 현재 1억5천만파운드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2010년에 연간 10억파운드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세계적인 제약회사인 영국의 글락소스미스클라인과 미국의 존슨 앤드 존슨은 지난해 인도에서 각각 22건의 임상시험을 실시했다.

그러나 인도 정부계획위원회는 최근 보고서에서 임상시험을 관장할 훈련받은 전문인력이 만성적으로 부족한 상태라며 임상시험의 안전과 윤리를 위해 활동할 인력이 3만∼5만명 정도 모자란다고 말했다.

(런던연합뉴스) 김진형 특파원 kj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