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만장자 롬니 중도사퇴, 매케인.허커비 건재
큰손 의존 힐러리 `자금난', 오바마 `티끌 모아 태산'

미국의 대통령 예비경선이 진행되면 될수록 대선 주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선거자금 확보를 둘러싼 `쩐의 전쟁'의 양상도 어느 선거 때보다도 흥미롭게 전개되고 있다.

종전 선거에서 선거자금력이 풍부한 대선 주자들이 완주 가능성이 자금력이 취약한 후보들에 비해 훨씬 높았지만 이번 경선에서는 개인적인 자금동원 능력이 전부가 아닌 모습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10일 CNN방송 등에 따르면 과거에는 분기별 선거자금 모금능력이 경선에서 살아남을 수 있느냐는 가장 중요한 지표 중 하나였고 언론의 가장 큰 관심사 중 하나였지만 이번 예비경선에서는 이런 판단이 상당히 맞는 부분도 있지만 많이 어긋난 부분도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민주, 공화 양당을 통틀어 이번 예비경선 참가한 대선주자 가운데 가장 막강한 재력을 자랑했던 억만장자인 미트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가 지난 5일 슈퍼화요일에서 부진한 성적을 거둔 뒤 중도사퇴했다.

롬니는 자금력을 무기로 다른 대선 주자들을 압도할 정도로 많은 수천만 달러를 퍼부었지만 역부족이었다.

하지만 가장 자금력이 취한 것으로 여겨져 온 마이크 허커비 전 아칸소 주지사는 롬니가 사퇴를 발표한 뒤에도 건재한 모습이다.

허커비는 첫 번째 예비경선인 아이오와 코커스(당원대회) 승리와 `슈퍼 토요일'에서 캔자스와 루이지애나에서 거둔 승리를 발판으로, 자신은 "수학을 전공하지 않고 기적을 전공했다"며 이번 경선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완주 의사를 밝히고 있다.

현재 공화당에서 가장 유력한 대선 후보로 떠오른 매케인 역시 지난 3개월 전만 하더라도 선거운동을 포기해야 할 정도로 자금난이 심각한 상태였지만 생명보험을 담보로 300만달러를 대출받아 위기를 넘긴 뒤 뉴햄프셔에서 '컴백 키드'로 화려하게 다시 부활해 민주당에 맞서 백악관을 수성 하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

민주당에서는 선두주자들인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과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이 서로 다른 선거자금 모금방식을 통해 서로 한치 양보 없는 치열한 '쩐의 전쟁'을 벌여왔다.

하지만 오바마가 지난 1월부터는 선거모금 전략에서 우세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힐러리가 거액 기부자들인 큰 손에 의존해 선거자금을 모금했는데 큰 손들이 경선이 예측불허 상황이 지속되면서 피로증세를 보이고 있는데 비해 오바마는 예상보다 선전하는 모습을 보임에 따라 온라인을 통한 소액기부자 모금이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는 오바마는 지난해 힐러리와 비슷한 1억달러 정도를 모금했지만 지난 달 3천200만달러라는 기록적인 금액을 확보, 1천350만달러에 그친 힐러리를 제쳤다면서 힐러리는 지난해 전체 선거자금의 절반 정도를 거액 기부자들로부터 거둬들인 비해 오바마는 200달러 이하 소액기부자의 비중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워싱턴연합뉴스) 김재홍 특파원 jaeh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