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동쪽의 금융신도시 '카나리 워프'(Canary Wharf)는 쓰러져 가는 선창이었다. 씨티 , HSBC, 바클레이스 등 세계적 은행의 유럽 본부가 속속 들어와 국제금융의 신메카로 부상한 것은 빅뱅으로 불리는 1983년의 증시자유화 조치가 결정적인 계기로 작용했다. 금융회사들의 런던 진출이 급증하면서 기존 금융중심지인 '시티'에 사무실을 구하기 어렵게 되자 신도시로 개발된 카나리 워프가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10년 전 이곳에 그룹 본부를 세운 영국 최대 투자은행 바클레이스의 데이비드 라이트 부회장(사진)은 금융회사와 금융감독청(FSA)의 우호적인 관계가 런던이 국제금융허브 자리를 계속 유지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카나리 워프가 신금융 메카로 성공한 요인을 든다면.

"기존 금융중심지인 '시티'가 교통이 복잡하고 대형 빌딩을 새로 세울 공간도 없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최첨단 빌딩을 세울 수 있는 카나리 워프가 주목을 받았다. 게다가 영국금융감독청(FSA)이 이쪽으로 온 게 중요한 요인이었다."

-금융회사들은 원래 금융감독청을 껄끄럽게 생각하지 않나.

"그렇지 않다. 금융회사들은 감독청이 가까이 있는 것을 좋아한다. 서로를 편안하게 생각하고 우호적인 관계를 지속하는 게 금융회사의 경쟁력이나 시장 전체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중요하다. 서로 적대적이어서는 안 된다. 쌍방향 대화를 많이 해야 한다. 각종 업무에 관해서 감독청과 쉽게 얘기할 수 있는 분위기가 필요하다. 금융감독청이 금융회사들이 몰려있는 카나리 워프에 있는 것도 그런 취지에서다."

-런던이 뉴욕을 제치고 금융메카로 주목을 받는다는 기사가 많이 나오고 있는데 요인은 무엇인가.

"규제완화라는 말로 요약할 수 있다. 감독도 유연하다. 금융회사들은 원칙을 지킨다는 대전제 아래 자유로운 영업을 하고 있다."

-서울도 아시아의 금융허브를 지향하고 있다. 어떻게 해야 하나.

"원칙을 중시하면서 유연한 시장을 만들어야 한다. 금융회사들이 원칙만 어기지 않는다면 상품개발을 마음대로 할 수 있어야 한다. 또 유능한 외국전문가들이 많이 오는 것도 중요하다. 그래야 국제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카나리 워프에는 외국 금융전문가들이 얼마나 많은가.


"바클레이스 빌딩 1,2층에 트레이딩 룸이 있다. 그곳에 가면 절반 이상이 모국어로 영어를 쓰지 않는 사람들이다. 러시아,네덜란드, 터키 할 것 없이 다국적 인력이 수두룩하다. 국제금융인력이 많아야 세계적인 회사가 될 수 있다."

-한국에서도 4년이나 근무했는데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 실패등에 대한 평가를 어떻게 하는가.

"서울에서 외국인투자 유치를 담당하는 친구가 하는 말이 론스타 건 때문에 외국인투자 유치를 홍보하는 데 애를 먹는다고 한다."

-바클레이스도 한국 영업을 부정적으로 보나.

"우리는 그렇지 않다. 매력적인 시장으로 보고 있다. 지난 5년간 한국 비즈니스도 많이 커졌다. 최근 한국정부가 했던 네 번의 국채 발행에서 바클레이스는 세 번이나 주간사 역할을 맡았다."

-한국 금융당국에 정책권고를 한다면.

"최대한 자유를 주라는 것이다. 시장이 잘 짜여진 제도 속에서 자유롭게 작동해야 경쟁력 있는 상품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