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버지니아공대 총기 난사 사건의 범인 조승희씨가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뿐만 아니라 여러 영화의 장면들을 모방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조씨가 사건 당일 뉴욕 NBC 뉴스에 보낸 비디오의 장면들이 '올드보이', '페이스오프(Face/Off)', '매트릭스 2-리로디드(The Matrix: Reloaded)' 같은 영화의 장면들을 연상시킨다고 더 타임스, 데일리 메일 등 영국 언론들이 19일 보도했다.

영국 언론들은 조씨가 망치를 들고 있는 사진과 영화 '올드보이'에서 주인공 오대수가 망치를 들고 있는 장면을 비교하며 두 사진의 유사성을 지적했다.

조씨는 또 '올드보이' 속 다른 장면을 모방해서 자기 머리를 향해 총을 겨누는 모습으로 비디오에 나온다.

'올드보이' 연관설은 버지니아공대의 폴 해릴 교수가 유사성을 발견하고 수사당국에 신고하면서 순식간에 알려졌다.

수사진은 조씨가 비디오 촬영의 준비작업으로 '올드보이'를 되풀이해서 보았다고 믿고 있다고 더 타임스는 말했다.

조씨의 비디오에서 '올드보이' 외에 다른 폭력영화의 흔적을 볼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조씨의 비디오 중 양손에 총을 들고 있는 장면은 홍콩 액션영화 감독 우위썬(미국명 존 우)의 '페이스 오프'의 한 장면과 비슷하다고 데일리 메일은 지적했다.

이 장면이 워쇼스키 형제의 2003년 작 영화 '매트릭스 2-리로디드'를 홍보하는데 사용된 배우 로렌스 피쉬번의 광고용 사진과 비슷하다는 의견도 있다.

1999년 컬럼바인 고등학교 총기 난사사건 때도 이와 비슷하게 범인들이 영화 `매트릭스(The Matrix)', '배스킷볼 다이어리(The Basketball Diaries)', '헤더스(Heathers)'를 모방해 범죄를 저질렀다는 논란이 일었던 적이 있다.

조씨가 이 비디오를 6일 동안 제작했던 것으로 미뤄볼 때 며칠 동안 소름 끼치는 상상을 거듭하며 이를 어떻게 실행할지 궁리했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일부에서는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허핑턴 포스트 웹사이트에 글을 올린 영화제작자 밥 세스카는 올드보이와 조씨의 범죄 사이 연관설에 대해 "지금까지 나온 가장 어리석은 가설"이라며 영화를 모방한 범죄라는 주장을 일축했다.

(런던연합뉴스) 김진형 특파원 kj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