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여성 자살 대국'이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중국은 세계에서 여성 자살률이 남성 자살률보다 높은 유일한 국가.

매년 150만명의 여성이 자살을 기도하며 이 중 15만명이 목숨을 잃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BBC 방송 인터넷판이 19일 보도했다.

4분당 여성 1명이 자살하는 셈이다.

특히 농촌 지역의 상황은 더 심각해 농촌 지역의 자살률이 도시 지역보다 3배 정도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농촌 여성의 자살률이 높은 이유로는 불행한 결혼, 남성 지배의 전통적 가치 등이 꼽히고 있다.

중국에서는 여전히 신랑의 아버지가 신부를 돈으로 사는 일이 횡행하고 있으며신부는 가족과 친구들을 떠나 시댁이라는 낯선 환경에서 정신적으로 어려움을 겪게 된다는 것.
`농촌 여성을 위한 베이징 문화발전센터'에서 자살 방지 프로그램을 이끄는 쉬룽은 "중국 여성들은 시아버지, 시어머니, 시누이 등에 둘러싸이게 되며 모두의 인정을 받아야 한다"면서 "갈등이 발생하면 여성들이 가장 약한 존재가 되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특히 부부간 불화가 자살의 직접적인 원인인 경우가 70∼80%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의 한 여성 잡지 편집인 셰리화는 "중국 남성들 사이에는 `여성과 결혼하는 것은 말(馬)을 사는 것과 같다'는 속담이 있다"면서 남성중심의 전통적인 가치관이 여성 자살률을 높이는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남녀 성비(性比) 불균형도 중국 여성의 미래를 어둡게 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여아 100명당 남아 117명이 태어나고 있으며 2020년이 되면 무려 4천만명의 남성이 배우자를 얻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성비 불균형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어 신부 납치와 매매, 성폭력 등이 늘어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농약과 같은 독극물을 손쉽게 구할 수 있다는 점도 농촌 지역의 자살률을 높이는 요인으로 꼽혔다.

쉬룽은 "농약을 구하는 것은 너무 쉽다"면서 "몇몇 여성들은 부부싸움 뒤 충동적으로 자살을 시도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대부분의 여성들이 불행한 결혼의 `굴레'에서 벗어날 방법이 없다는 것.

이혼은 여성들에게 재정적 어려움을 안겨주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부 여성들은 남편들에게 더 나은 대우를 요구하기 위해 이혼보다는 자살 시도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연합뉴스) 황윤정 기자 yunzhe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