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 일지만 엉터리 경제 예측을 얘기할 때 드는 사례가 있다. 1929년 10월 뉴욕 증시 대폭락 직후였다.하버드대학은 그 해 12월 미국의 저명한 이코노미스트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930년 경제는 전반적으로 아주 좋을 것'이란 보고서를 냈다.미국경제는 이미 대공황의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었지만 이코노미스트들은 한치 앞을 내다보지 못했던 것이다.화폐수량설로 유명한 어빙 피셔 예일대학 경제학 교수도 한달 후인 1930년 1월 하버드대학이 발표한 낙관적인 전망에 동의한다고 맞장구를 치는 바람에 세계적인 경제학자로서의 명성에 흠이 가고 말았다. 70여년이 흘러 경제예측 모델이 훨씬 정교해졌을 텐데도 백악관의 경제전망은 당시와 별 차이가 없는 것 같다. 백악관은 2년 전 일자리가 3백40만개 늘어나고 재정수지는 1백40억달러의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었다. 2년이 지난 지금 그 전망이 얼마나 잘못됐는지 확인되고 있다. 그 기간 동안 일자리는 2백만여개가 사라지고 재정수지는 5천억달러가 넘는 적자로 바뀌었다. 백악관의 전망에는 경제를 그렇게 만들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담겨 있었을 것이다. 일부러 장밋빛으로 채색했을 것이기 때문에 대공황을 예측하지 못했던 이코노미스트들의 엉터리 낙관론처럼 틀린 전망이라고만 폄하할 수 없다. 하지만 정부 의지가 있었는지의 여부와 관계없이 전망이나 약속과 너무 달라진 현실 앞에 국민들은 실망하고 있다. 호기를 잡은 민주당의 대통령 경선 주자들은 백악관을 공격하고 언론도 장밋빛 전망의 허구를 비판하고 있다. 그런데도 백악관은 한 발 더 나아가 올해 2백6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또하나의 핑크빛 청사진을 발표,국민들로부터 코웃음을 사고 있다. 일자리 실종 문제는 그 원인을 떠나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최대 쟁점으로 떠올라 부시 대통령의 재선 가도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을 정도다. 집권 1년을 맞은 노무현 정부도 2백만개 일자리 창출을 약속했다. 아무런 기약도 없이 대학 문을 나서는 청년 실업자들의 고통을 달래주기 위한 의지로 해석되지만 구체적인 실천방안이 따르지 않을 경우 백악관이 겪는 것보다 더 큰 후환이 기다릴지 모른다. 뉴욕=고광철 특파원 g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