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손아귀에 있다면 그놈(사담 후세인)의 살점을 씹고 싶은 심정입니다." "사담의 머리에 끓는 기름을 쏟아붓고 싶습니다." 미군에 체포된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의 운명을 결정할 재판문제를 둘러싸고 국제적인 논란이 확산되고 있는 것에 대해 후세인의 학정에 시달렸던 사람들은 어떻께 생각하고 있을까. 후세인 집권 중 화학무기 공격을 받아 5천여명의 주민이 몰살당한 이라크 북부의 쿠르드족 마을 할라브자. 이곳 주민들은 한결같이 과거의 악몽을 떠올리며 후세인에게 죽음을 내려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쿠르드족의 독립운동이 절정에 달하던 1988년 3월 이라크군은 나중에 `케미컬알리'란 악명을 얻은 알리 하산 알-마지드 장군의 지휘 아래 할라브자 마을에서 겨자가스 같은 화학무기를 사용해 약 5천명의 쿠르드인을 죽였다. AP통신 기자가 17일 만난 할라브자 마을 주민들은 이구동성으로 사형판결 가능성이 거의 없는 국제재판소가 아닌 이라크 법정에서 후세인 재판이 이뤄져야 한다고강조했다. 이라크군이 쏜 겨자탄에 아들 둘과 딸 내외, 그리고 손자 셋을 잃었다는 암나압둘카데르는 후세인의 처벌 수위를 묻자 처음엔 자식들 생각으로 슬픔에 잠겨 말을잇지 못했다. 그러나 그녀는 이내 평정을 되찾고는 "내 손아귀에 있다면 그놈의 살점을 뜯어먹었을 것이다. 그놈이 처형되더라도 내 자식들은 살아돌아 올 수 없다"고 목소리를높였다. 이 여성은 "할라브자 마을에서 재판을 받게한 뒤 88년 당시의 참상을 묘사하는조상(彫像)이 세워져 있는 할라브자 광장에서 처형해야 한다"는 제안을 하기도 했다. 세살배기 딸을 잃었다는 압둘카데르 핫산 모하메드도 "공정한 재판은 바로 처형을 의미하는 것"이라며 "만일 그를 처형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잘못이고, 공정한 재판도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엄마 품에서 숨져간 딸의 사진을 아직도 갖고 다닌다는 모하메드는 "당시 용케살아 남은 아들 셋이 지금까지 후유증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며 "사담의 머리에 끓는 기름을 붓고 난도질을 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털어놨다. 대다수의 할라브자 마을 주민들은 후세인에 대한 재판이 시작되면 그의 범죄를입증하기 위해 기꺼이 증언대에 서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압둘카데르는 "내 자식들은 아무런 죄도 없는 데 죽어 갔다"며 후세인의 죄상을파헤치기 위한 증언 대열에 동참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할라브자 마을은 지난 14일 후세인 체포 소식이 알려진 뒤 이를 경축하기위해 사흘간의 공휴일을 선포하기도 했다. 또 길거리로 쏟아져 나온 마을 주민들은쿠르드족 전통춤을 추는 등 축제분위기 일색이었다고 주민들이 전했다. 지난 88년 당시 8살의 어린 나이에 부모와 오빠.언니들을 모두 잃고 혼자 살아남은 알완 누와리(22)는 "사담의 체포 소식을 들었을때 신이 나서 춤을 추고 할머니(암나 압둘카데르)를 꼬옥 껴안았다"며 상기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할라브자 AP=연합뉴스) parksj@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