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와 국민들을 괴롭히는 고민 중 거의 모든 서민 가정이 공통적으로 안고 있는 걱정은 먹거리 불안이다. 식탁에 오르내리는 채소 등 상당수 부식이 외국산 농수산물로 채워지는 상황에서 농약, 첨가물이 다량 투여됐거나 유전자변형작물로 만들어진 가공식품이 국민 건강을 위협할 우려는 언제나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수입 먹거리를 외면할 수도 없다. 일본 국내산의 공급이 태부족한데다 가격마저 수입품에 비해 몇 곱절 비싸니 외국산 먹거리로 눈길을 돌리지 않을 수 없다. 때문에 중국산 냉동시금치와 냉동완두콩 등에서 농약이 무더기로 검출됐다며 나라 전체가 떠들썩했던 것이 불과 1년여 전의 일이지만 오늘의 일본은 ‘언제 그랬냐’는 듯 태연을 가장하고 있다. 농약제거 클리너의 컨셉으로 최근 등장한 ‘야사이 센카(洗果)’는 수입농산물 홍수와 이로 인한 서민들의 먹거리 불안을 상품개발의 동기로 삼았다는 점에서 시선을 끄는 품목이다. 청과를 씻어준다는 뜻의 센카를 브랜드네임에 그대로 쓴 데서 알 수 있듯 야사이 센카는 가정에서 사용하는 야채, 과일전용 세제다. 그러나 사람의 입에 잘못 들어가면 당장 병원으로 달려가야 하는 주방세제들과 달리 야사이 센카는 기본적으로 인체에 무해하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야채, 과일의 농약을 말끔히 씻어내면서도 표면에 묻어 몸속에 들어가도 해를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야사이 센카를 만들어낸 일본카소믹(주)이 주장하는 이유는 이렇다. 우선 야사이 센카의 주원료는 글리세린지방산에스테르, 다시 말해 아이스크림과 초콜릿, 드레싱 등의 가공식품 제조에 다양하게 사용되는 유화제와 식용알코올(변성 에탄올) 및 물로 이뤄져 있다는 것이다. 유화제는 물에 잘 섞이지 않는 속성을 가진 유분을 쉽게 분해시키는 기능을 발휘한다. 따라서 기름 성분을 포함한 채 야채, 과일의 표면에 달라붙어 있는 농약은 유화제와 만나면 간단히 물에 녹아 스며들도록 돼 있다. 야자유, 팜유 등의 식물성 원료로 만드는 식용알코올은 요리술의 주성분으로 사용될 만큼 높은 안전성을 인정받고 있어 잘못 마신다 해도 다량이 아니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따라서 유화제의 강한 분해력과 식용알코올의 소독, 세척력이 어우러진 덕에 무해 농약클리너의 장점을 가질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일본카소믹은 야사이 센카의 기본 장점으로 뛰어난 안전성과 간편한 사용법을 꼽고 있다. 농약을 없애주는 클리너이면서도 인체에 무해한 특성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살균, 선도 유지 기능도 함께 갖추고 있다는 것이 회사측의 설명이다. 실제로 이 회사는 후생노동성 지정검사기관인 미에식품 분석개발센터에 의뢰한 야채 살균실험에서 대장균, 살모넬라균 등이 현저히 감소, 이를 지난 5월 인정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니토마토의 파라치온 농도를 비교한 농약제거 실험에서도 야사이 센카로 처리하기 전 12ppm에 달했던 잔류농약이 처리 후 1ppm으로 격감했음이 확인됐다. 사용법에서도 야사이 센카는 물에 풀어 야채와 함께 그대로 담가 두거나 거품으로 표면을 가볍게 씻어내기만 하면 되는 장점을 갖고 있다. 판매를 맡은 히테크는 ‘먹어도 무해한 세제’라는 안심에 힘입어 야사이 센카가 빠른 속도로 시장에 뿌리내릴 것을 확신하고 있다. 홍수처럼 쏟아지는 외국산 먹거리와 식탁을 위협하는 오염 불안으로부터 건강과 안전을 지켜줄 제품이라는 매력이 호평받을 것이라는 자신에서다. 한편 일본 정부는 국민건강 보호를 이유로 식품위생법을 56년 만에 대폭 개정해 감시, 검사업무와 처벌을 강화한 새 법을 지난 5월부터 시행 중이다. 그러나 수입식품에 대한 실제 검사율은 장비 및 인력부족, 그리고 외국산 먹거리의 수입폭증 등 한계에 부닥쳐 2002년 8.4%에 머물며 92년의 16%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 상태다. 도쿄=양승득 특파원 yangs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