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가 아프리카로부터 우라늄 구입을 시도했다는영국측 주장에 대해 미 국무부가 `매우 의심스럽다'고 평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조지W.부시 대통령이 국정연설에서 영국측 주장을 그대로 반영했음을 보여주는 문서가백악관에 의해 18일 공개됐다. 이라크의 위협을 둘러싸고 전쟁 전 미국 정부 내에 분열이 있었음을 보여주는국무부의 이같은 평가는 부시 대통령이 연초 국정연설을 하기 전 관련정보에 관해아무런 의심도 하지 않았다는 백악관측 주장에 새로운 의문을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백악관은 부시 대통령이 잘못된 정보를 근거로 이라크전쟁의 필요성을 주장한국정연설에 대해 국내외에서 비판이 일자 이라크의 핵 위협이 상당한 근거가 있었음을 입증하기 위해 이날 국무부 산하 정보연구국(INR) 등 6개 정보기관이 지난 해 10월 작성한 이라크 관련 극비 국가정보평가(NIE) 보고서를 공개했다. 90쪽짜리 NIE 보고서에 따르면 대부분의 정보기관들은 "이라크가 핵무기 계획을재개하고" 있으며 이라크가 무기 제조를 위해 농축 우라늄 구입을 시도하고 있다는"강력한 증거"가 있다는 기본 평가를 내렸다. 그러나 이같은 기본 평가의 바로 뒤에 붙어 있는 각주(脚註)는 독자에게 "기본평가의 말미에 첨부된 INR의 다른 견해를 읽으라"고 주문, 정보기관들 사이에 의견의 차이가 있음을 보여주고 있으며 특히 국무부는 후세인의 우라늄 구입 기도에 대해 "매우 의심스럽다"(highly dubious)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NIE는 "한 외국 정부 기관" 보고에 따르면 니제르가 2001년 초 이라크에 수톤의우라늄을 수출할 계획이었으며 이는 최고 500t에 이르는 우라늄 `옐로케익'(조제 우라늄광) 거래 계약의 일환이라고 보고하고 이라크가 "소말리아와 어쩌면 콩고민주공화국으로부터도 우라늄광 구매를 시도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INR은 같은 문서에서 "INR의 평가로는 이라크가 아프리카에서 천연 우라늄 구입을 시도했다는 주장은 매우 의심스럽다"고 결론지었다. INR은 "우리가 탐지한 행동들을 모두 종합해도 이라크가 현재 핵무기 획득을 위해 조직적, 포괄적인 접근을 하고 있다는 설득력 있는 요건구성이 되지 않는다"고평가했다. 중앙정보국(CIA)과 다른 정보기관들도 NIE의 결론 부분에서는 "우리는 이라크의대량살상무기 계획의 여러 핵심 사항에 대해 구체적인 정보를 갖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부시 대통령의 보좌관들은 90쪽의 문서 가운데 8쪽을 차지하는 요약 부분에서후세인이 핵무기 개발계획을 재개하려 하고 있다는 생각이 미국 정보기관들 사이에널리 퍼져 있었으며 허위문서에 부분적으로 근거한 영국측의 의심스러운 정보 보고서에만 의존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 드러나 있다고 강조했다. 스콧 매클렐런 백악관 대변인은 이 문서가 "후세인의 위협에 대처해야 하는 명백하고도 급박한 사안"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군축협회(ACC)의 대릴 킴벌 회장은 이 문서가 반대로 "이라크의 핵무기개발계획이 진행중이고 당장 위협이 된다는 백악관의 주장을 더욱 확실히 뒤집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NIE 보고서는 결론 부분에서 "저지하지 않으면 이라크가 무기급 핵분열물질을 획득한지 1개월에서 1년 사이에 핵무기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우리는 확신한다(high confidence)"고 말하고 "이라크가 지금은 핵무기나 핵무기 제조에 필요한 충분한 원료를 갖고 있지 않지만 오는 2007년에서 2009년까지는 핵무기를 제조할 가능성이 있다고 어느 정도 믿는다(moderate confidence)"고 밝혔다. (워싱턴 AP.AFP=연합뉴스) youngn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