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은 유엔 석유-식량 프로그램으로 적립된 기금중 20억-30억달러를 뇌물과 알선비 등으로 빼돌렸으며 유엔 관계자들은 이같은 사실을 알면서도 막지 못했다고 미 ABC뉴스가 20일 인터넷판에서 보도했다. 이 방송은 국제적인 자체 조사를 통해 문제의 프로그램에 광범위한 부패행위가있었음을 밝혀내고 후세인이 달러화로 재산을 축적한 것도 이 프로그램 덕이라고 지적했다. 유엔 이라크 프로그램국(OIP)의 베논 세반 사무국장은 "모두가 그같은 사실을알고 있었지만 조치를 취해야 할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들 중에 그 자신도 포함되느냐는 질문에 대해 "나는 아무 힘이없다"고 대답했다. 석유-식량 프로그램은 1990년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에 대한 제재 조치로 유엔이 이라크에 석유판매를 금지한 뒤 이라크 국민을 위한 식량 및 의약품 공급을 목적으로 일정분의 석유를 판매할 수 있도록 한 것이며 그 대금은 전액 뉴욕에 있는 유엔의 은행 계좌에 입금돼 식량 및 구호품을 구입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영국 기업인 스와라 카디르는 이라크산 석유를 판매할 때 후세인 정부의최고위층 인사들에게 뇌물을 주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밝히고 자신은 뇌물공여를 거부했지만 특정 스위스은행과 요르단 은행계좌에 돈을 입금하라는 지시 가적힌 이라크측 문서는 지금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카디르는 "그들은 굳이 감추려고도 하지 않았다. 유엔은 그저 못 본 체하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러시아의 한 석유 중개상은 후세인의 장남 우다이가 6만달러의 뇌물을챙기고도 계약은 성사되지 않았다고 유엔에 항의한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해 유엔에제출된 관련 문서에 따르면 그의 돈은 요르단 수도 암만에 있는 우다이의 개인 은행계좌에 입금돼 있다. 유엔 관계자들은 석유-식량 프로그램이 집중적인 감시 대상이었지만 안보리는유엔 행정직원이 아닌 이라크에 계약상대를 선택하도록 허용했다고 증언했다. 인권 조사관 존 포세트는 많은 사람들이 배후가 의심스러웠으며 그 중에는 "마피아로부터 테러리스트, 돈세탁업자, 떼돈을 벌고 싶어 하는 온갖 사람들"이 들어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라크의 거래대상 회사중 두 곳은 유럽의 소국(小國) 리히텐슈타인의 우체국 사서함에 불과했는데도 한번도 검증을 받지 않았다고 말했으나 이들 유령회사가 거래승인을 받았을 가능성도 배제하진 않았다. 세반 사무국장은 거래 회사들과 불법행위에 대해 보다 철저한 검증이 있었어야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그것은 우리 업무가 아니다. 유감이다"라고 답변했다. (서울=연합뉴스) youngn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