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그다드 일부를 장악한 미군의 작전이 사담후세인 이라크 대통령과 측근들에 대한 조준 공격으로 압박해가는 양상이다. 후세인대통령의 생사 여부가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군사 전문가들은 그가 살아있다면 고향인 티크리트로 피신할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말한다. 미군 관계자들도 그 가능성에 대비해 바그다드에서 티크리트로 가는 주요 도로에 특수부대를 배치해 철저히 감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군은 또 이번주말에 티크리트를 장악하기 위해 대규모 군사공격을 준비중이라고 서방 언론들은 전하고 있다. 미군의 폭격으로 후세인 대통령과 측근들이 사망했을지 모른다는 추측과 달리양대 쿠르드 반정부 단체 중 하나인 쿠르드애국동맹(PUK)은 8일 후세인 대통령이 이미 티크리트에 은신해 있다고 주장했다. PUK 기관지는 바드다드 전투가 격화되면서 후세인 대통령이 두 아들과 측근들을데리고 티크리트로 피신했다고 보도했다. 워싱턴에 있는 국제전략문제연구소는 이라크 정규군이 극도로 쇠약해졌지만 후세인 대통령의 주변에는 그를 위해 끝까지 싸우다 죽기를 맹세한 경호병력과 군 정보부대, 청년 민병대 등 수천명이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이 바그다드를 포기한다면 최후의 저항지는 당연히 티크리트가 될 것으로 예상할수 있다. 바그다드 북쪽으로 140㎞ 떨어진 티그리스 강변에 있는 작은 도시 티크리트는후세인 대통령의 출생지일 뿐 아니라 후세인 정권의 권력 기반이기도 하다. 후세인대통령은 1937년 4월 28일 티크리트 부근 마을인 우자에서 미천한 가문의 아들로 태어났다. 티크리트는 12세기 십자군으로부터 예루살렘을 탈환한 쿠르드 출신 모슬렘 군주살라딘의 고향이기도 하다. 후세인 대통령은 자신을 살라딘에 종종 비교하곤 했다. 티크리트는 또 이라크 집권 종파인 이슬람 수니파의 3대 근거지 가운데 하나다. 티크리트 주변에 근거를 둔 이슬람 수니파들은 집권 바트당과 군, 정보기관 등의 요직을 독차지하면서 후세인 정권의 튼튼한 지지기반이 돼왔다. 시아파에 비해소수이면서도 핵심 권력을 독차지해온 수니파 모슬렘들은 장래에 대한 불안때문에후세인 주변을 떠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1968년 바트당이 집권하면서 정부의 집중 투자로 보잘것없던 사막 도시 티크리트는 인구 26만의 어엿한 소도시로 발전했다. 후세인 정권은 이곳에 대규모 군사 요새를 만들어 공화국수비대와 최정예 사단을 주둔시켰다. 공군기지와 공군사관학교가들어서고 가장 화려한 대통령궁도 세워졌다. 또 거대한 사원이 건설되고 넓은 현대식 도로망이 갖춰졌으며 지하 벙커와 터널 등으로 완벽한 방어시설도 갖춰졌다. 티크리트는 더욱이 산악과 광활한 사막, 티그리스강이 에워싸고 있는 천혜의 요새다. 이 곳은 또한 최후의 순간 시리아행 탈출로가 될수도 있다. 실제로 후세인 대통령은 1959년 압델-카림 카셈 총리 암살 미수사건에 관련돼 말을 타고 사막을 건너시리아 국경까지 피신한 경험이 있다. 시리아는 이라크 전쟁에 공공연히 반대해왔고 개전 후에도 이라크 난민의 유입을 허용하는 등 이라크에 대한 확고한 연대를 지켜왔다. 그러나 시리아가 패주하는후세인 대통령 일행에게 망명처까지 제공할지는 알수 없다. 티크리트 주민들은 후세인 대통령 일행이 피신해올 경우 이 도시가 연합군의 대대적 공습 목표가 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군은 빠르면 이번주말 후세인 대통령의 생사 여부와 상관없이 이라크 권력의 온상인 티크리크를 공격할 계획이라고 서방 언론들은 흘리고 있다. (카이로=연합뉴스) 정광훈특파원 barak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