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영국은 사담 후세인 이라크 정권에 대한 민중 봉기를 유도하지 못하는 중대 과오를 범했다." 전후 이라크 과도정부 대통령으로 강력히 거명되는 반체제 단체 이라크국민회의(INC)의 아흐마드 찰라비(57)의장은 "INC만이 현정권에 대한 민중 봉기를 끌어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찰라비 의장은 26일 이라크 북부의 도칸에서 데일리 텔레그래프와 회견을 갖고 개전 1주일간 연합군의 전술 착오를 지적했다. 그는 "연합군이 이라크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 단계에서 이라크 국민을 움직일 수 있는 것은 반체제 단체들 뿐이지만 지금까지 INC의 역할은 극히 제한적이었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찰라비 의장은 한 가지 예로 연합군이 방송을 통해 이라크 국민들에게 집 밖으로 나오지 말도록 권유하고 있다면서 이는 올바른 방법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전쟁이 해방전쟁이 되려면 국민의 참여가 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잭 스트로 영국 외무장관이 지난 25일 BBC 회견에서 연합군에 대한 이라크 국민의 적개심은 이라크와 팔레스타인인들에 대한 "이중 잣대 정책" 때문이라고 지적한데 대해서도 반박했다. 찰라비 의장은 "이라크 국민은 연합군의 폭격과 후세인 정권의 탄압기구 사이에서 오도가도 못하고 있다"면서 "그들이 봉기하지 않는 것과 팔레스타인 문제는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오히려 "후세인 정권에 대한 공포와 그들에게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연합군의 지시가 민중 봉기를 막고 있다"고 그는 분석했다. 찰라비 의장은 이어 반체제 단체들이 후세인 정권의 통제하에 있는 모든 지역의 연락망과 수시로 구체적인 접촉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연합군에 결정적 정보를 제공할수 있다고 말했다. INC가 지난 25일 주민 봉기가 발생한 바스라와도 접촉을 유지했다고 공개했다. 그는 "봉기는 금방 진압됐고 후세인 정권 보안군에 의해 일부가 처형당했다"면서 "주민들에게 봉기를 권유하고 필요한 지원을 제공했더라면 좋았을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찰라비 의장은 연합군이 주민 반란을 유도하는데 실패한 원인을 3가지로 압축했다. 즉 "열악한 정보와 이라크 국민의 정치 세력화에 대한 두려움, 반체제 세력을 참여시키기지 않고 전적으로 혼자 이라크의 미래를 설계하려는 연합군의 욕심"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전후 이라크에서 유엔이 중요한 역할을 맡아야 한다는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의 구상에 대해서도 강력히 반대했다. "이라크에서 유엔의 역할은 아주 부정적이며 이라크 국민들로부터 별 신뢰를 받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찰라비 의장은 이라크에 민주주의와 독립을 정착시키기 위해 국민투표와 총선을 실시할때까지 연합군이 주둔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라크 반체제 세력들은 후세인 정권이 축출되면 과도 행정을 담당할 임시정부를 구성해 놓은 상태다. 찰라비 의장과 마수드 바르자니, 잘랄 탈라바니, 아불 아지즈 하킴 등 저명한 반체제 지도자들로 4인 지도부를 구성해 과도정부를 이끈다는 복안이다. (카이로=연합뉴스) 정광훈특파원 barak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