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의회는 12일 무장 해제요구 불응시 군사 공격을 경고한 유엔안보리 결의 1441호의 수용을 만장일치로 거부했다. 의회는 그러나 유엔결의 수용 여부에 관한 최종 결정권을 사담 후세인 대통령에게 위임했다. 이에따라 후세인 대통령은 유엔결의를 전면 수용할 것인지, 군사 대결을 결정할 것인지 운명적 선택의 갈림길에 놓이게 됐다. 유엔안보리 결의 수용 여부를 검토하기 위해 긴급 소집된 의회는 이틀째 회의에서 표결을 통해 수용 거부 권고 결의문를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250명으로 구성된 명목상의 입법기구인 의회는 결의문을 통해 유엔안보리 결의1441호의 수용을 거부한 의회 외교위원회의 전날 권고를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결의문은 또 `정치 지도부'가 이라크 국민을 수호하기 위해 적절하다고 판단되는 조치들을 취해야 한다며 후세인 대통령에게 그 결정을 위임했다. 사둔 하마디 의장은 의원들에게 유엔결의 거부와 후세인 대통령에게 최종 결정권을 위임한 의회 권고안 1,2조항에 대한 찬반을 거수로 표시할 것을 요청한뒤 만장일치로 승인됐다고 발표했다. 그는 이어 실시된 전체 권고 내용에 대한 표결도 만장일치로 통과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표결에 참석한 의원수는 알려지지 않았다. 하마디 의장은 의회가 표결에 들어가기 전 유엔안보리 결의가 만장일치로 거부될 것임을 시사하고, "의회는 대통령에게 결정권을 넘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라크 의회의 권고는 후세인 대통령이 이끄는 최고 정책결정기구인 혁명지휘위원회에 제출된다. 이에앞서 후세인 대통령의 장남 우다이는 의회에 제출한 서한을 통해 의회가 유엔의 새 결의를 수용할 것을 촉구했다. 현역 의원으로 최고 실세 가운데 한명인 그는 "우리는 긴급 소집된 의회의 핵심사안인 유엔안보리 결의를 수용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우다이는 이어 유엔결의 수용은 "분명한 한계에 따른 것이어야 한다"면서 아랍연맹에 이라크에 대한 우산(보호막)을 제공해줄 것을 촉구했다. 그는 또 유엔 무기사찰단에 아랍 전문가들을 포함시켜야 한다는 아랍연맹 외무장관들의 요구를 되풀이했다. 우다이는 그러나 무장해제 문제를 둘러싼 위기가 외교적으로 해소되지 않을 경우 이라크는 유엔결의를 거부하고 `무력 행동'에 나서지 않을수 없다고 경고했다. 이라크는 지난 8일 채택된 유엔안보리 결의에 따라 오는 15일까지 수용 여부를 공식 표명해야 한다. 미국과 영국은 이라크가 유엔결의 수용을 거부할 경우 군사공격을 단행할 것임을 거듭 밝혔다. 이라크 의회의 표결에 앞서 프랑스도 이라크가 유엔사찰을 허용하지 않을 경우 무력사용이 불기피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카이로=연합뉴스) 정광훈특파원 barak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