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 Economist 본사 독점전재 ] 미국 중간선거 기간 중 워싱턴DC는 오히려 정치인들로부터 해방된 분위기였다. 의원들이 일시 지역구로 돌아가거나 다른 동료 의원들을 돕는 유세 활동을 벌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로비스트들과 정책 입안자들의 정보전쟁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했다. 중간선거의 결과가 향후 미국 경제정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가늠하기 위해서였다. 재정정책 관련 청사진은 미국 경제의 후퇴를 공화당 탓으로 돌리고 있는 민주당에서 만들어지고 있다. 얼마전 딕 게파트 민주당 하원 원내총무는 하원을 다시 장악하게 될 경우 추진할 '신경제 아젠다'를 발표했다. 그의 2천억달러짜리 패키지에는 영세민을 대상으로 한 세금공제안과 최저생계비 인상,교육재정 확대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이 계획안은 정책(Policy)이라기보다는 정략(politics)적인 성격이 짙다. 게다가 민주당은 산적한 문제를 처리할 수 있는 경제전선의 최전방에 서 있지도 않다. 때문에 민주당에 우호적인 경제학자들조차 이 계획안을 폄하하고 있다. 빌 클린턴 정권의 경제수석으로 활동했던 피터 오르잭 브루킹스 연구소 연구원은 "민주당 계획안은 매력이 전혀 없다"고 비난했다. 민주당 의원들이 경제적으로 모호한 아이디어를 정치적 언어로 윤색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5일 실시될 중간선거를 통해 민주당이 상원에서 우위를 점한다 해도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버티고 있어 이 계획안을 밀어붙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민주당과 부시 대통령이 맞붙으면 정체현상이 빚어질 게 불 보 듯 뻔하다. 공화당이 상원을 장악해도 문제는 있다. 사실 공화당과 보수적 경제전문가들은 이미 중간 선거에서의 승리를 기정 사실화하고 '대 이라크 전쟁' 이후의 경제정책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공화당이 상원마저 좌지우지하게 되면 지난 1964년 상·하원을 모두 장악한 민주당의 린든 존슨 대통령이 급격한 사회개혁을 추진하면서 벌어졌던 폐단이 또 다시 발생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복지예산의 축소와 상속세 및 법인세 감면 등의 우경화 경향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하는 것이다. 부시 정권이 안고 있는 또 다른 문제는 너무 다른 경제정책을 주장하는 전문가들이 함께 모여 있다는 사실이다. 폴 오닐 재무장관은 과감한 세제개혁을 약속하고 있지만,다른 그룹은 하반기로 넘어가는 부시 정권의 과제로 펀더멘털 차원의 개혁을 주장하고 있다. 게다가 증시가 약세를 보이면서 손해를 본 투자자들이 손실분을 세금에서 공제해 달라는 요구를 하고 있다. 만약 증시가 이대로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이들의 요청이 채택될 가능성도 있다. 반면 부시 대통령 자신은 부유층 위주의 세제개혁이 추진되는 점을 부담스러워 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공화당이 개혁의 시늉을 내는 선에서 세제개편을 추진할 것이란 관측이 강하다. 급격한 개혁이 힘들 것이란 주장이 힘을 얻는 이유는 또 있다. 상원의 판세를 감안할 때 공화당이 다수를 차지한다 하더라도 1백석의 상원 자리 중 60석을 넘기긴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현재는 공화당 49석,민주당 49석이다). 결국 중간선거 이후 어느 정도의 정책변화는 있겠지만 그 정도가 심하진 않을 것이다. 정리=정대인 기자 yooys@hankyung.com -------------------------------------------------------------- ◇이 글은 이코노미스트 최신호에 실린 'After the vote,what then?'이란 칼럼을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