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는 30일 모스크바 인질극 사건과 관련한 체첸내 수사를 강화하고 덴마크에서 체포된 체첸 반군 대통령 특사의 신병인도를 요청하는 등 체첸 반군에 대한 전방위 공세를 지속했다. 이날 러시아 정부는 체첸 반군 인질극을 배후 조종한 혐의로 덴마크에서 체포된 체첸 반군 대통령 특사인 아흐메드 자카예프의 신병을 인도해줄 것을 덴마크 정부에공식 요청했다. 이와 함께 러시아는 터키 정부에 대해 이스탄불에 있는 친(親) 체첸 조직의 활동을 중단시켜 줄 것을 요청했다고 러시아 외교관들이 이날 밝혔다. 러시아 정부는 몇년전 이스탄불에 세워진 이른바 "체첸 대표부"가 이번 인질극을 저지른 체첸 반군들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이들 외교관은 전했다. 동시에 러시아 경찰 당국은 체첸 반군이 아닌 일반 민간인 신분의 체첸인에 대해서도 이번 인질극과의 연루 가능성 혐의 조사를 명목으로 무차별적인 조사를 벌이고 있다. 이에 대해 러시아 하원의 체첸 대표인 아슬란베크 아슬라하노프 의원은 "체첸인들에 대한 탄압이 시작됐다"면서 "그들(러시아 경찰)은 억류할 구실을 찾기 위해 의도적으로 체첸인들의 소유물에 마약이나 무기 등을 넣는 행위까지 저지르고 지문 날인도 강요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유리 쉐브첸코 러시아 보건장관은 이날 인테르팍스 통신과의 회견에서 러시아 특수부대가 모스크바 극장 인질극에 대한 진압 작전을 펼치며 사용한 정체불명의 가스는 마약성 진통제의 일종인 `펜타닐'이라고 밝혔다. 쉐브첸코 장관은 "펜타닐은 테러리스트들을 무력화시키는 데 사용되곤 한다"면서 "공식적으로 분명히 밝히건데, 화학무기금지 국제협약에서 금지하고 있는 종류의 화학물질은 사용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의료용으로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펜타닐은 "그 자체로서는 치명적이라고 할 수 없으며 인질들 일부에게 치명적 결과를 초래한 요인이 있었다"면서, 그 요인에는 3일간 인질로 잡혀 있으면서 운동 및 산소 부족으로 몸 상태가 극도로 좋지 않았던 점을 들었다. 러시아 정부는 지난 26일 러시아 특수부대가 인질극이 벌어지고 있던 모스크바 `돔 꿀뜨르이(문화의 집)' 극장에 진입하면서 극장내에 살포한 가스의 정체를 지금까지 밝히기를 거부해 왔다. 특수부대의 진압작전으로 인질 119명이 사망했으며 이들은 대부분 가스 중독으로 사망했다. 알렉산더 버시보우 러시아 주재 미국 대사는 진압작전 직후 러시아 당국이 즉각 극장내에 살포된 가스의 성분에 대한 정보를 제공했더라면 많은 인질들의 생명을 구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미국 국방부는 러시아 정부가 이번 인질극 진압에서 사용했다고 밝힌 펜타닐이나 사람을 무능력하게 만드는 다른 종류의 가스는 미군이 소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아슬란 마스하도프 체첸 반군 대통령은 이번 인질극이 발생하기 수일전 촬영된 것으로 보이는 비디오 테이프에서 "잃을 것이 아무 것도 없다"면서 러시아를 상대로 "예외적인 작전"을 경고했으나, 이번 인질극을 직접적으로 시사하는 발언은 아닌 것으로 분석된다고 이 테이프를 입수한 AFP통신이 보도했다. (모스크바.앙카라 AP.AFP=연합뉴스) kimy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