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정고시 출신의 중소 기업가가 학업에 어려움을 겪는 조선족 학생 40명에게 6년째 장학금을 제공, 조선족 사회에 화제가 되고 있다. 또 중국 동북부 헤이룽장(黑龍江)성의 학생들은 학업 꿈을 이뤄준 이 기업가에게 "민족의 동량이 되어 보답하겠다"는 보은의 편지들을 잇달아 보내고 있다. 가난으로 학업을 포기할 위기에 놓였거나 소년 가장 역할을 해 온 이들 중엔 가을 대입시에서 3명이 베이징대에, 1명은 칭화(淸華)대에 합격하는 등 수혜 학생 40명 중 절반 이상이 전국 명문대에 합격한 것으로 알려졌다. 리장수 헤이룽장 신문사 정치문화부 주임은 환경업체를 운영하는 승영일 사장이96년부터 학생들의 학업을 도와줌으로써 반한(反韓) 감정이 심화돼 온 조선족사회에감동의 물결이 일고 있다고 말했다. 승 사장은 6년 전 가난으로 학업을 포기하는 학생들을 지켜본 뒤 판사 3명, 공무원 등과 함께 장학사업에 참여해왔으며 지금도 이름외엔 철저히 신분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 신문사는 장학사업을 체계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지난해 탐진장학재단을 설립, 장학생 선발과 지급을 담당하고 있다. '동포사회 발전이 한민족의 융성을 앞당긴다'는 취지로 장학사업에 매진해 온 독지가들의 노력은 무단장(牧丹江)시의 김덕준군(19.외교학과)과 변성옥양, 정연양(이상 경제무역과)을 베이징대에, 또 정연양을 칭화대(계산학과)에 각각 합격시켰다. 뇌졸중으로 몸져 누운 어머니와 병약한 아버지, 여동생 등 4식구를 뒷바라지 해온 김 군은 연합뉴스에 보낸 e-메일에서 "하루 속히 민족의 동량으로 성장해 승 사장 등 독지가들과 고국의 은혜에 보답하고 싶다"고 결의를 다졌다. 치치할시 조선족고중(高中.고교)의 엄해영군은 편지에서 "동포 후대들의 건실한 성장을 후원해주는데 현재 고맙다는 인사 밖에 드릴 게 없지만 튼실하게 성장해 겨레와 민족의 흥성(興盛)에 공헌하겠다"고 '민족의 동량'으로서의 포부를 밝혔다. 병상에 있는 부모를 대신해 4식구 생계를 꾸려 온 차춘무군(계동현 조선족 고중 1)은 학업에만 전념, 학년 전체에서 3등을 할 수 있었다고 고마워했다. 미담 소식을 전해준 지린(吉林)성 출신의 한 조선족 언론인은 "일부 학생의 명문대 진학 소식을 알리려 한 게 아니다"고 전제, "민족관과 가치관을 정립한 동포인재들을 키워야한다"며 한국과 조선족사회의 관계 발전을 위해 애쓰는 승 사장의선행을 감출 수 없었다고 강조했다. 한편 조선족 사회에서 화제의 인물로 떠오른 승 사장은 가정이 어려워 대학 진학 꿈을 접었다가 자수 성가한 뒤 뒤늦게 방통대 학부 과정을 다니고 있다. 독지가들은 "조선족 학생들은 겨레의 미래이자 희망으로 장래의 간성을 키우는 일을 미뤄둘 수 없어 장학 사업에 동참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홍덕화기자 duckhw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