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층으로 된 캐논 본사는 일본 가와사키 공업단지안에 있다. 본사의 정문을 지나 안으로 들어가면 마치 1980년대의 일본경제 호황기시절로 돌아와 있다는 착각이 든다. 1층 현관로비는 찾아온 방문객들로 가득차 있다. 로비가 텅비어 있는 다른 일본 업체들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이곳에 근무하는 직원들의 얼굴에도 자신감과 생기가 넘쳐 흐른다. 이 모두 21세기 글로벌기업을 목표로 캐논을 개조하고 있는 최고경영자(CEO) 미타라이 후지오 사장(66)덕이다. 그는 일본기업의 품질 제일주의와 집중력에 미국기업의 현금흐름및 주주중시정책을 접목하고 있는 일본의 혁신적인 CEO중 선두주자다. 또 경비절감을 이유로 직원을 대량 해고하는 다른 일본 CEO들과는 달리 가능하면 종업원을 해고하지 않기 위해 애쓰는 기업인으로 유명하다. 그의 가슴속엔 직장이 안정돼야 직원들의 애사심이 높아지고,직원들이 더 열심히 일한다는 평범한 진리가 새겨져 있다. 그렇다고해서 그가 보수적인 경영인이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경비절감 요인이 발생하면 공장도 폐쇄하고 과감한 구조조정도 감행한다. 미국의 캐논현지법인에서 23년을 보낸후 지난 95년에 캐논의 경영권을 쥔 그는 그동안 사업성이 떨어지는 PC와 LCD(액정디스플레이) 전기타자기 광메모리카드 부문은 모두 없애 버렸다. 기업회계도 혁신,일본업계에서 연결재무제표를 가장 먼저 채택한 기업인중 한명이 됐다. 특히 현금흐름을 중시하는 재무전략을 펼치고 있다. 대부분의 일본기업들이 외부에서 돈을 빌어와 투자에 나서는 것과는 달리 그는 사내보유 현금으로 신규투자를 했다. 이 덕에 그가 CEO로 취임하던 지난 95년 34%이던 자산대 부채비율이 지금은 10.7%로 낮아졌다. 최근 작년말에 캐논혁신 1단계작업을 마무리했다. 회사의 사업영역을 복사기 프린터 디지털카메라 칩제조장비등 4대 핵심분야로 재편한 것이다. 그리고 각 사업의 시너지 효과를 높여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비장의 전략으로 팩시밀리및 복사기,프린터기능을 모두 갖춘 네트워크장비를 개발하고 있다. 이와 함께 기업들의 사무용 장비를 네트워크화해 업무효율을 꾀하는 사무장비 컨설팅사업도 추진중이다. 그는 지금 캐논혁신 2단계 전략을 구상하고 있다. 국내에 있는 공장을 중국등 해외로 이전하는 것이 2단계 전략의 핵심이다. 현재 전체공장중 70%를 차지하는 일본내 공장비율을 올연말까지 60%로 줄이는 게 그의 목표다. 미타라이 사장의 이런 전략은 시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닛코살로먼먼스미스바니증권의 애널리스트 우시오다 사토미는 "캐논은 불황에 허덕이는 일본업계에서 매우 예외적인 기업"이라며 이미 포화상태인 시장에서도 높은 성장성을 발휘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캐논의 성장성은 숫자로 확인된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20% 증가한 22억달러에 이르고 매출도 두자릿수 증가율을 기록,2백16억달러에 달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순익 역시 20% 증가한 12억달러로 추정되고 있다. 올들어 사업환경이 나빠지고 있지만 올해 순익이 적어도 8% 늘어날 것으로 업계 애널리스트들은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