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화일로로 치닫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간의 유혈충돌 속에 팔레스타인의 임신부와 이스라엘의 임신부가 총상을 입은 상태에서 건강한 딸 아기를 출산했다고 워싱턴포스트가 26일 보도했다. 이번 사태는 17개월째 계속되는 양측간의 유혈사태가 최근 들어 무고한 민간인, 심지어 임신부까지 무차별적 타깃으로 삼으며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신문은 지적했다. 팔레스타인 여성 마이소운 하예크는 25일 새벽녘 아기를 낳기 위해 요르단강 서안 나블루스의 병원으로 가는 도중 이스라엘군의 공격을 받았다. 총격전 속에 차에함께 타고 있던 남편은 사망하고, 시아버지는 중상을 입었으며, 자신은 등에 두 차례 총탄을 맞았으나 병원에서 무사히 아기를 낳았다. 이 사건이 벌어진지 12시간만에 이스라엘의 한 임신부 여성도 베들레헴 남쪽에서 팔레스타인 무장괴한들의 기습공격을 받아 복부에 총상을 입었으나 병원에 급히이송돼 제왕절개로 아기를 순산했다. 그러나 차에 동승했던 아이 아버지는 총에 맞아 목숨을 잃었다. 하루 전에도 이와 거의 같은 상황에서 아기를 낳기 위해 병원에 가던 팔레스타인 여성 샤디아 셰하데가 이스라엘군의 공격을 받아 가슴에 총상을 입었으나 무사히딸을 순산한 사건이 있었다. 남편을 잃는 아픔 속에 아기를 낳은 하예크는 검문소의 이스라엘군이 강제로 옷을 벗기고, 피를 흘리는 상태에서 45분간이나 추위에 방치했으며, 그후 급히 구급차에 실려 병원에 갔다고 말했다. 팔레스타인 주민들은 두 건의 임신부 총격사건과 관련, 이스라엘군이 아무런 경고 없이 무조건 총을 쏘아 댔다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이스라엘군은 성명을 통해 병사들의 `통행 중지' 요청에도 불구하고 하예크의 자동차가 억지 통과하려 했기 때문에 `생명의 위협을 느껴' 총을 발포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근 팔레스타인의 자살폭탄테러위협이 잦아지면서 신경과민이 된 이스라엘군이 민간인에 대해서까지 무차별 총격전을 퍼붓고 있다고 포스트는 설명했다. 한 이스라엘의 전투장교는 라디오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공포감에서 총을 무조건 발사하는 상황에 이르렀다"면서 "우리는 계속 총을 쏘아대면서 점점 호전적으로 변해 결국에는 무고한 여성을 살해하는 지경에 왔다"고 개탄했다. (워싱턴=연합뉴스) 이도선 특파원 yds@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