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현지시간) 임기 2년을 남겨두고 중도사퇴한 페르난도 데 라 루아 아르헨티나 대통령(64)은 취임 때부터 단명이 예고돼왔다. 그가 대통령에 선출됐던 이유는 유능했다기보다는 전임자들과 달랐기 때문이라는 게 현지 정치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부패하거나 군부와 유착하지 않았다는 것. 운도 따르지 않았다. 이날 사임한 도밍고 카발로 전 경제장관이 10여년 전 도입한 페그제(페소화를 달러화에 1 대 1로 고정)는 데 라 루아 대통령이 취임한 99년부터 부작용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인접국인 브라질의 통화가 30% 평가절하되면서 아르헨의 수출경쟁력이 떨어져 기업의 도산이 이어졌고 실업률이 치솟았다. 상황이 이런 데도 그는 우유부단하기만 했다. 지난 3월엔 카발로를 경제장관으로 임명하면서 전권을 그에게 맡기다시피했다. 올 하반기는 카발로가 아르헨을 사실상 통치했다는 말이 나왔을 정도다. 지난 10월 선거에서는 야당인 페론당이 상·하원을 모두 장악,데 라 루아의 정치입지가 크게 좁아졌다. 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