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마 빈 라덴이 9.11테러의 배후조종자임을 자인한 비디오 테이프는 사우디 아라비아 또는 파키스탄 정보기관을 통한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노련한 함정작전의 결과라고 옵서버가 정보소식통들의 말을 인용해 16일 보도했다. 이 소식통들은 "그들은 빈 라덴을 설득하거나 빈 라덴에게 가까이 접근하도록할 수 있는 사람, 그리고 빈 라덴이 안심하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을 필요로 했다. 생각대로 된다면 완벽한 순간에 완벽한 증거를 잡는 것이었다. 훌륭한 솜씨였다"고 말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이 테이프의 진위여부에 대한 의심의 초점은 빈 라덴과 대화를 나눈 사우디의반체제 전도사였다고 신문은 말하고 정보소식통들에 따르면 테이프에서는 신분이 밝혀지지 않았지만 허리 아래가 불구인 것으로 보이는 그는 메카에 있는 신학교의 전직 신학교수인 알리 아이드 알-감디라고 밝혔다. 테이프를 시청한 사우디 아라비아인들은 그의 억양이 15명의 9.11테러 납치범들의 출신지로 사우디 남서부인 헤자즈 또는 아시르주 사람의 것이었다고 말했다. 또 이슬람 전문가들은 빈 라덴은 그에게 머리를 숙여 인사를 했으나 그는 인사하기 위해 일어서지 않았다고 지적하고 빈 라덴과 같은 유명한 사람 앞에서 일어서지 않는 것은 일어설 수 없는 사람들 뿐이라고 말했다. 알-감디는 사우디 정보기관에 알려진 인물로 자극적인 반서방적 연설로 이름을내려고 노력한 주변인이었으며 지난 94년 설교를 금지당했다고 사우디 정부에 가까운 소식통이 말했다. 그는 90년대말 빈 라덴의 출생지인 항구도시 제다에서부터 이슬람 성지인 메카에 이르는 고속도로변 사원들을 돌며 설교했으나 그의 선동적인 설교는 사람들에게별로 인기를 끌지 못했다고 이 소식통은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알-감디는 파키스탄이나 사우디 또는 이집트 정보기관들의잠재적 접촉대상이 되기는 충분한 사람이라고 정보 소식통들은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 테이프가 최근 수년간 미 연방수사국(FBI)이 미국 마피아의 거물들에 대한 증거로 몰래 촬영한 테이프들과 뚜렷한 유사점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미 안보관계자들은 이 테이프가 "정보 소식통"에 의해 제작됐다는 확인은 없었다고 말했으나 미 국방부의 한 관계자는 "묘한 상황"이 알-감디를 둘러싸고 있었다고 확인했다. 알-감디는 자신이 촬영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고신문은 말했다. (런던=연합뉴스) 김창회특파원 chkim@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