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미국이 하노이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공개적으로 비난을 주고 받았다고 파이낸셜 타임스가 호주 외교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26일 보도했다. 북한측 대표인 허종 대사는 ARF 연설을 통해 부시 행정부가 남북정상회담으로 이룩된 화해분위기를 "정책 재검토라는 이름 아래 손상시키고 있다"고 비난했다고 회의에 참석했던 호주 외교통상부의 한 고위 관계자가 전했다. 허 대사는 또 미국이 불가능한 전제조건을 내세움으로써 대화를 가로막고 있다고 말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그러나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은 이같은 허 대사의 주장을 부인하고 미국 관리들은 "북한이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회담할 준비가 돼있다고 말했다. 파월 장관은 미국이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지난해 6월 역사적인 평양방문을 하는 등 북한을 포용하려는 노력을 "강력히 지지한다"고 재확인하고 김정일 위원장이 조기 서울 답당을 통해 답례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호주 외교소식통은 북한도 미국에 대해 경수로 건설 지연에 따른 전력손실에 대한 보상을 요구함으로써 대화재개에 "큰 전제조건을 제시했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북한과 미국간의 이같은 공개적 불화는 미국이 북한과의 대화를 재개할 준비가 됐다고 말한 이후 양국 관계에 진전이 없었음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신문은 말했다. (런던=연합뉴스) 김창회특파원 chkim@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