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여년간 이어져온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백인 중심 철옹성은 끝내 깨지지 않았다. 16일(한국시간) 모스크바 세계무역센터에서 열린 제112차 IOC총회에서 전세계의 관심속에 치러진 신임 IOC 위원장 선거에서 유색인종 최초의 위원장에 도전한 김운용(70) 대한체육회장은 구미 연합세력의 지지를 얻은 자크 로게(59.벨기에)에게 패했다. 로게 후보는 1차투표에서 과반득표에 실패, 곧이어 실시된 2차투표에서 과반수를 넘어서 향후 8년동안 지구촌 올림픽운동을 이끌 제8대 위원장에 당선됐다. 김 회장에 비해 IOC 경력이 일천한 로게 신임 위원장은 올림픽의 지나친 상업화를 경계하는 개혁파의 지지에 백인 중심의 공고한 연대를 자랑하는 유럽과 미국 세력의 지지를 받았다. 로게 위원장은 또 IOC 사상 처음으로 올림픽 출전 선수 출신으로 IOC 수장에 오른 첫번째 인물이 됐으며 정형외과의사로서 IOC 개혁에 '수술'을 책임지게 됐다. 로게의 당선으로 IOC는 IOC 위원들의 역할 제한과 올림픽 규모의 축소, 지나친 상업화의 제동, 아마추어리즘의 강화 등 큰 변화가 예상된다. 당초 아시아, 아프리카의 변함없는 지지와 미주 지역까지 가세해 로게에 다소 유리할 것으로 예상되던 김 회장은 백인들이 주류를 이룬 IOC의 '귀족주의'를 넘지못해 좌절했다. 특히 김 회장은 베이징(北京)의 2008년 하계올림픽 개최지 선정으로 '아시아에2개의 선물을 줄 수 없다'는 유럽쪽 주장이 급속히 힘을 얻은데다 선거 전날 언급한'IOC위원 활동비 지급 공약'이 표를 돈으로 사려한다는 비판을 자초, 구시대의 부패한 인물이라는 이미지로 부각돼 악재로 작용했다. 더구나 후안 안토니오 사마란치 전 위원장에게 노골적으로 반기를 들며 IOC 주류인 '유럽인-백인세력'과 대결을 천명했던 김 회장은 이번 IOC 총회를 끝으로 집행위원 임기가 만료됨에 따라 평위원으로 떨어져 IOC 핵심에서 밀려나게 됐다. 일부 유럽 지역 위원들은 선거과정에서 불거진 '표 매수설'을 빌미로 김 회장을 윤리위원회에 회부하려는 움직임마저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져 김 회장의 입지가 크게 위협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김 회장은 이번 선거 패배를 계기로 국내에서 맡고 있는 대한체육회장, 국가올림픽위원회(NOC) 위원장 등 20여개에 이르는 각종 직책도 도전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 (모스크바=연합뉴스) 천병혁기자 shoeles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