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부시 미대통령의 정치 보좌관인 칼 로브가 세계 최대 컴퓨터 칩 제조업체인 인텔과 네덜란드 ASML의 합병에 대한 정부 승인을 앞둔 시점에서 인텔주식을 보유하고 있던 데다 인텔사 고위 중역과도 만난 사실이 드러나 곤욕을 치르고 있다. 로브 보좌관이 총규모 12억달러에 이르는 양사 합병계획에 대한 정부승인을 얻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던 크레이그 바렛 등 인텔사 고위 중역들과 백악관 집무실에서 만난 것은 지난 3월. 당시 소프트웨어 수출통제 등 다양한 관심사들에 대해 이야기가 오가다 회동이 끝날 무렵 인텔과 인텔 납품업체 ASML간 합병이 추진되고 있다는 사실이 인텔사 중역들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로브 보좌관은 그러나 공교롭게도 당시 10만달러 상당의 인텔사 주식을 보유하고 있어 난처한 상황에 몰리게 됐다. 로브 보좌관은 당시 자신은 양사의 통합문제에 관해 아무런 결정권이 없으며 국방부 및 재무부 관리들을 찾아가 알아보라는 식으로 간단히 처리했고, 문제의 합병건은 수주후에 정부의 공식 승인을 받게 됐다. 이런 사실이 최근 AP통신을 통해 알려지자 백악관이 만약의 사태를 우려,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앤 워맥 백악관 대변인은 로브 보좌관이 양사합병에 대한 승인과정에서 아무런권고나 카운셀링을 한 적이 없으며 그 자신이 대통령에 누가 될 것이라고 생각해본적도 없다고 해명했다. 로브는 특히 자신이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에 관한 어떠한 결정에 대해서도손을 대지 말라는 충고를 여러 차례 들은 적이 있는데다 인텔사 관계자들과 만난자리에서의 처신도 이런 충고에서 벗어나지 않았다고 워맥 대변인은 설명했다. 로브 보좌관은 당시 주식을 처분하지 않고 최근에서야 인텔주식을 비롯, 자신이보유하고 있던 여러 기업의 주식 상당부분을 처분했다. 백악관은 로브 보좌관이 갖고 있던 인텔주식 가치가 10만-25만달러에 달했으며 인텔을 비롯한 전체 보유주식은모두 200만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일부 전문가들은 로브의 처신에 아무런 문제점도 발견되지 않았다며문제의 확산에 경계했다. 정부윤리 전문가인 케네드 그로스 워싱턴 변호사는 "개인의 이해가 대립되는 상황이 핵심이지만 로브 보좌관이 인텔사와 관련해 아무것도 처리한 게 없는 만큼 이런 사실만으로 지나치게 흥분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연합뉴스) 김성수특파원 ssk@yonhapnews.co.kr